직장생활에서
고등학교 시절 나는 스스로 공부를 꽤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비슷한 실력에 친구들과 경쟁해 보니 나는 공부에 큰 재능이 없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빨리 졸업해 돈을 벌고 싶었다. 왠지, 직장만 가면 돈을 엄청 많이 벌 능력이 내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직장에 와 5년쯤 지나니 이상하게 다시 학교가 가고 싶었다. 왠지 다시 공부하면 엄청 잘할 것만 같게 느껴졌다. 아마, 회사 내 경쟁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석박사 학위가 있으면, 왠지 그걸로 나는 대단해질 것만 같았다.
이런 마음은, 입사 후 5년, 7년, 10년 2년 주기로 계속 들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현실 도피적 마음이 컸다. 특히나 직장 생활이 힘들 때,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을 때, 고과나 승진이 안 좋을 때 다시 솟구쳐 오르곤 했다.
결국 40이 넘어, 상사로부터 눈총을 받으며 대학원을 다녔다. 대단한 지식을 얻겠노라, 대단한 인맥을 만들겠노라 하는 마음으로 갔다. 생각보다 공부는 힘들었다. 현실과 이상은 여전히 다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꾸역꾸역 졸업까지는 했는데, 과연 그 시간 동안 나는 얼마만큼 성장했나 돌아보게 된다. 단순 이력서에 학위 한 줄 더 쓰고자, 그 돈과 그 시간을 썼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막연하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인생 점프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교수님과 상담 시 들은 말은 아직 내 마음에 있다. ‘석사 박사이든, 학위만 받고 가는 거면 의미가 없다. 이 공부를 통해 한 가지를 깊이 배우는 몰입을 하게 되면 사람의 Quality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배운 전공 지식과 상관없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은 나를 돋보이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회사 일로서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게 잘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해서, 혹은 석박사를 취득해서 스스로 가치를 보이고 싶어 할 때가 있다. 물론, 자격증과 학위 등을 통하면 겉으로 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노교수님이 말한 사람의 Quality는 거기서 또 한 발이 필요해 보인다.
그 건 아마도, 혼자서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며 씨름한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한다. 혹시나, 어떤 석박사 학위와 어떤 자격증만 가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 과정을 통해 네 가치가 높아지지 않으면, 일해보면 안다. 학위와 자격증이 그저 학위와 자격증뿐이라고.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은 해 보되, 무엇을 할까 보다 어떻게 할까를 더 고민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