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탄

신이 사람이 되다

by 뜰에바다

프란츠 카프카(체고, 1883~1924)소설 《변신》을 보면, 주인공 그레고리가 어느 날 아침에 잠에서 깨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살던 가장이 하루아침에 혐오스럽고 쓸모없는 존재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카프카는 '사람이 벌레가 되어 결국 가족에게도 외면당하다가 죽는다'라는 파격적인 발상을 통해, 문명사회에서 점점 도구로 전락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고발했다.


흥미롭게도 '성탄'은 카프카의 변신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이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람이 벌레가 된 것이 카프카의 상상이라면, 신이 사람이 된 것은 인류 역사의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이 '성탄'이다. 신학적으로 말하면 '성육신'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에서 사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요한복음 1:14)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25년 전, 신이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온 성탄은 어떤 사건일까?


1. 유일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사람은 신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신격화되기도 한다. 불가의 '성불' 개념이 그것이다. 고대 신화 속 신들은 종종 사람의 모습으로 잠깐씩 세상에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을 유혹하거나 시험하고, 심지어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들은 곧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신화 속 신들은 사람의 고통과 죽음, 연약함을 조금도 모른다.

성탄은 다르다. 신이 친히 사람이 되었다. 일시적 변장이나 신적 퍼포먼스가 아닌, 완전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과 같이 살면서 사람의 눈물과 아픔과 한계를 온전히 겪었다. 이런 사례는 인류 역사상 예수에게서 단 한 번뿐이다.


2. 실제 역사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성탄을 '동화'라고 생각한다. 산타, 루돌프, 트리, 캐럴 같은 문화적 이미지가 성탄의 중심을 가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초점이 성탄의 주인공 예수에게 맞춰지지 않는다. 거리나 카페, 광장에 먼저 상품으로 등장한다. 거기에 현대의 이성주의적 세계관은 성탄의 초자연적 사건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다 보니 동정녀 탄생, 천사의 방문, 별을 따라온 동방박사 등을 실제 사건이 아닌, 허구로 받아들인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오해는, 성탄이 1세기 로마·유대 역사 속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임을 모른다는 데 있다. 예수의 생애는 고대 문헌에 가장 방대하게 기록되어 있다. 동시대의 역사서들에도 예수는 실존 인물로 등장한다. 만약 당신이 성탄을 동화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지 역사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성탄은 실제다.


3. 오랜 약속의 완성이다.

성탄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성경은 수 세기 동안 인류에게 나타날 구세주 예수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예언해 왔다. 처녀에게서 태어난다, 베들레헴에서 탄생한다, 다윗의 후손으로 온다, 고난받는 종으로 나타난다,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 상한 마음을 고친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한다, 등등이다.

이 모든 예언은 성탄과 그리스도 예수의 삶에서 정확하게 성취되었다. 성탄은 오랜 약속의 절정이요, 완성인 것이다. 성경이 안 믿어지면, 유대교 외경 문헌들과 헬레니즘 시대의 문헌, 그리스·로마의 영웅 서사들을 더 찾아보라. 직접적 예언은 아니지만, 구세주 출현에 대한 '세계적인 기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4. 시간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당신은 지금 2025년 12월을 살고 있다. '서기(西紀)'라는 시간체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기는 단순한 달력이 아니다. '신이 사람이 되어 온 순간'을 인류가 시간의 중심으로 삼은 체계다. BC (Before Christ)는 그리스도 이전이다. AD (Anno Domini)는 주님의 해, 곧 그리스도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가 성탄을 분기점으로, '예수 이전'과 '예수 이후'로 시간을 가른 것이다.

역사상 어떤 종교 지도자도, 어떤 사상가도, 어떤 제국도 이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 오직 성탄만이 인류의 시간을 둘로 나누었다. 역사가 성탄을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보았다는 증거다.


그렇다. 성탄은 인류 역사에서 유일한 사건이다. 2025년 전 실제 있었던 위대한 사건이다. 오늘날의 문화와 감성, 이성주의가 성탄을 축소할 수 없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탄은 신이 당신을 찾아온 사건이다.

당신, 성탄을 단순한 '시즌 이벤트'로 바라보는 무지 속에 머물지 말라. 신이 사람이 되어 당신을 방문한 것에 응답하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