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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나뉘는 곳

공상에서 피어난 영화 2

by 똠또미 Ap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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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공아, 같이 가!”

“야!!!!! (속삭이며) 너 내가 밖에서 큰 소리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왜 아무도 없잖아…”

“바보야. 넌 왜 맨날 말해도 모르냐? 아휴, 멍청이“

“왜… 또 멍청이라고 그래…”


칠삼이는 학교가 끝났다는 해방감에 나를 불렀지만, 늘 알려줘도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무리 착하다고 하지만, 이미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인 만큼 같은 시티에 살면서도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여직까지도 시티에서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엄마, 아빠는 그걸 알고 늘 집에 오는 길에 사람 조심,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을 당부하지만. 칠삼이는 칠칠맞게도 늘 말해준 말을 또 잊어버렸는지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칠삼이도 나를 좋아하고, 나쁜 마음을 먹고 크게 내 이름을 부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바보 같아서야…


칠삼이네 부모님은 칠삼이를 닮아 순하고, 착하시지만,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칠삼이네 아빠는 내가 보기에도 약간.. 부족해 보인달까? 그런 칠삼이네 아빠가 크라임 시티로 온 이유는 ‘절도’이다.

칠삼이한테는 큰아빠가 있다고 했다. 칠삼이도 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어서 친할머니가 큰아버지를 데리고 다니시며 일거수일투족을 다 도와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큰아버지의 장애로 인해, 병원비와 치료비가 많이 들자 집 형편이 좋지가 않았단다.

그런 살림살이에 칠삼이 아버지는 당연히 대학을 못 갔을 것이고, 칠삼이네 아버지 또한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약간의 부족함은 교육 부족에서 온 문제 같았다.


천성은 착해 보이나 형편이 좋지 않아서, 결국 먹을 것이 없자 다른 사람의 지갑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이런 일이 5번에서 6번, 해가 지날수록 점차 횟수가 증가하자 결국은 절도 12범으로 크라임 시티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절도 15범의 엄마와 같은 작업장에서 일을 하며 마주하게 되었고, 비슷한 상황에 이끌려 둘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결과, 내 옆에 칠삼이가 존재하게 되었다.




“야 칠 삼아. 근데.. 너는 원래 엄마, 아빠 이름 알아냈어? “

“원래 엄마, 아빠 이름? “

“어. 저번에 말해준 거. “

“어.. 아~ 저번에 네가 그 뭐더라.. 지우개 말한 거? “

“아휴!! 이 바보야!! 지우개가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지우! 지우라고!”

“아아~~ 맞다. 지우!”


또 눈치 없이 큰 소리로 말하는 칠삼이 입을 막았다.


“그래.. 여하튼 물어봤어? “

“어. 엄마랑 아빠한테 원래 이름이란 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게 뭐냐고 짜증 내더라. “

“그래서 더 안 물어봤어?”

“엄청 물어봤지. 근데 나중에는 엄마가 엄청 화나서 나한테 엄청 엄청 엄청 무서운 얼굴로 이랬어.”

“뭐라고?”


칠삼이는 내 앞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는 당시 칠삼이의 엄마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걸 알아서 뭐 해. 어차피 갈 일 없는 곳 이름 따위는 그만 물어봐. 가서 자. “


마지막의 칠삼이의 엄마 말을 듣고 난 단번에 이해했다.

내 이름이 아무 의미 없는 숫자로 이어진 이유를.

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해주던 비범죄자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를 상상 속 세계 혹은 과거 전설처럼 배웠던 곳에서나 존재하는 ‘이름’을 이 세계 사람들은 가질 수 없다는 걸.




칠삼이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서 겹겹이 깐 이불 위에 등을 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비범죄자 도시는 갈 수 없는 곳인가?’


이 궁금증에 대해서 나는 답을 낼 수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너무 늦은 시간에 오시니 늘 저녁을 먹으며 일상 이야기를 나누면 가족시간은 끝이 나는 짧은 하루에 질문은 사치였다.


오랜 고민 끝에 난 엄마, 아빠가 싫어하지만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투머치 토커 할머니들에게 궁금증을 해결하러 집을 나섰다.




”그래, 그렇다니깐. “

“아니야. 에이동에 일 번 집은 부부가 산다니깐. “

“에이~ 이 할멈은 사람 말을 못 믿어. 저기 위에 어제 뉴스가 나왔잖아. 앵경도 안 쓰고 댕겨?“


여전히 4-5명씩 앉을 수 있는 모퉁이 계단은 우리 시티의 사람들의 소문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자, 전설과 같은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할머님들의 모임 장소이다.


“할머님들~ 안녕하세요!”

“아이고, 구공이아녀?“

“못 본 사이에 또 한 뼘 자랐구나?”

“구공이는 엄마가 예뻐서 그런가, 엄마를 참 많이 닮아가는구나.”

“구공이 엄마가 피부가 뽀얗게 인사성도 밝잖아.”

“구공이가 어디 살았더라..”


인사 한 마디에 우리 집 가족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것 보니, 행선지를 잘 찾아온 것 같다.


“아, 저는 두 블록 뒤에 미싱공장 위에 살아요.”

“아, 맞다, 맞아.”

“그래, 학교는 잘 다녀왔고?‘

“네. 그런데 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게 있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할머님들께 여쭤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순간적으로 학교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휘리릭 나왔다.

엄마를 닮은 점이라면, 닮은 점이자 단점일 수 있으면서도 나의 장점은 빠른 위기대처 능력이다.


“아이고, 그렇구나. 요 애기가 뭐가 궁금할까?”

8356 할머님은 이 시티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분이다.

군인들이 우리 시티 사람들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무시당하고 폭행을 당할 때, 범죄자들도 인격이 있다는 말로 범죄 혁명을 일으키신 대단한 분이시다.

하지만 당시 혁명에서 군인봉에 팔을 맞으시면서, 팔이 부러지셨지만 제대로 치료를 박지 못하셔서 그런지 지금도 팔이 약간 구부정하시고, 팔을 저신다.


“할머니들 혹시 비범죄자 도시들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나의 당돌한 질문에 할머님들도 적지 않게 당황하신 듯했다. 하지만 금세 눈이 휘셔서는 궁금하신 표정으로 나에게 반문하셨다.


“구공이는 비범죄자 도시에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흠… 그냥 다요. 사실 저는 이름이라는 뜻을 알아요. 제 이름은 그냥 숫자지 한글로 적는 이름이 아니잖아요. “


내 말에 할머님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쉬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8356 할머니만은 달랐다.


“구공아, 비범죄자 도시에 가고 싶니?”

“아니요. 그런데, 전 갈 것 같아요.”

“어째서? “

“전 이름이 있거든요.”

“이름이 뭐니?”

“지우요. 박지승, 김우정의 딸. 김지우예요.”


순수한 아이의 입에서 오랜만에 듣는 이름다운 이름에 할머님들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오랜만에 자신들이 살았던 과거의 삶이 기억나는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어여쁜 것을 본 듯 나에게 안기라며 팔을 벌려 맞아주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할머님들이 앉아 계시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래, 지우야. 잘 들어야 한다.”


‘끄덕‘


“우리는 모두 이름이 있었단다. 그곳은 정말 여기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곳이지. “


벽이라는 곳도 없이, 출입을 허가받지 않아도 되는 곳.

노동을 하면 정당한 대가를 받기도 하지만, 대통령 밑에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팔고 싶을 때 가게를 열 수 있고, 노동을 의무나 벌로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배움에 끝이 없고,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으며, 한국이라는 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를 누비벼 살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인정받으며, 지은 죄가 아닌 온전히 자신의 장점이나 능력으로 인정을 받는 곳.

군인이나 나라밥을 먹는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게 아닌, 우리에게 뽑아 달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곳이 바로 비범죄 도시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와는 다른 곳이지.”

“참나.. 할매 왜 주책맞게 울고 그래.”

“늙어서 눈물도 나이 들었나 했더니, 이 할매는 아직 처녀구만.”

“여기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시절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시큰하네. “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울렁였다.


“할머니, 저 거기 갈래요.”

8356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힘 있게 나를 불러 세우셨다.


“지우야. 배워. 뭐든 배워. 나쁜 짓도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거야. 잡혔다고 다 나쁜 놈이 아니야. 그걸 알려면 배워야 한다. “


8356 할머님의 눈이 슬퍼 보였다.

나와 할머니는 비범죄 도시도 그리고 크라임 시티도 아닌, 도시와 시티 그 가운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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