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 Jul 07. 2024

내 안의 불안에 대하여

옮기고 싶지 않은...


 엘리베이터 안이 흔들리는 것처럼 울렁거린다. 갑자기 줄이 끊어져 이대로 추락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을 내려보며 손잡이를 꽉 잡는다. 계단으로 갈 걸, 후회해도 늦었다. 층수에 도착하는 짧은 시간 동안 초능력자나 암살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실체 없는 누군가를 제거하거나 공간을 탈출한다. 별 효력은 없는 해결책이라도. 


 오늘은 인터넷 뉴스 기사 때문이었다. 오물풍선이라든가 국제 정세, 멀쩡히 길을 걷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 일방적인 원한으로 무참히 살해된 사람의 이야기도 뉴스에 나온다. 숏폼에 연쇄살인범이나 성범죄와 관련된 영상이 뜨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상상은 구체적이고 집요하며 잔인해진다. 울고 싶다.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걱정하며 불안과 공포로 머리와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정말 힘든 것은 누구에게도 이런 나를 내색하지 않는 것이다. 

 기폭제가 되는 일들은 도처에 깔려 있지만 결국 원인은 하나다. 나와 내 가까운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 사고나 죽음으로 존재가 소멸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다. 오래된 증상이다. 


 집에 들어와 어떻게든 몰입할 거리를 찾는다. 요즘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필사했던 것을 읽는다. 우울한 책이지만 내가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던 감정을 날카롭고 깊게 파헤쳐 놓았다.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니구나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이런 글을 쓰고도 작가가 꽤 오래 살았다는 것도. 

 다들 힘들다. 고통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하니 이 정도는 곪아 터지지 않는 이상 안고 가야 하는 충수돌기 같은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외롭다. 



<그림책 추천>

*관리의 죽음/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글, 고정순 그림/박현섭 옮김/길벗어린이/2022.12.10

*불안/조미자 글그림/핑거/2019.9.18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코린 로브라 비탈리 글, 마리옹 뒤발 그림/이하나 옮김/그림책공작소/2021.7.22

*안녕 나의 등대/소피 블랙올 글그림/정회성 옮김/비룡소/2019.4.9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