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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n 30. 2024

단짠단짠 한 움큼의 위로

좋은 선생님 되기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아이가 더 커보였어요

  

 어른이 되면 바다 만큼은 아니어도 웅덩이 정도 아량은 베풀 줄 아는 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과 생각에 나 참 후지다 싶은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그림책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1학년 Y는 언제든 화낼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였다. 수업을 마칠 때 쯤이면 목소리가 항상 처음보다 걸걸해졌는데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소리를 질러대는 탓이다. 가끔은 눈을 부릅뜨며 내게도 역정을 냈다. 단호하게 타이르면 분을 못 참고 억울해하며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아니면 교실 뒤쪽 모퉁이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나를 한참 째려보기도 했다. 아, 너무 얄밉다. 그래도 최대한 다정하게 목소리를 꾸며본다. 나도 모르게 입술에 힘이 들어간다.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Y는 내가 자신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을 알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수업중에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양해를 구하고 Y를 데리고 나가셨다. 복도에서 수군수군 말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는 끝내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 후에 복도에 나가보니 문 앞에 Y가 고개를 숙인채 소리없이 울고있었다. 아이들은 Y를 지나쳐갔다. 일상이라는 듯이.

 무슨 일 있었니?

 다가가 묻자 Y는 비로 그제야 꺼이꺼이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이전 시간에 친구에게 못된 말을 했다가 혼이 났다고 한다.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그냥 Y 앞에 쭈그려 앉았다.

 우리 Y가 조금만 다정하게 말하면 분명히 친구들이 잘 이해해줄거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들썩거리던 아이의 몸이 잠시 멈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꼈다. 코를 훌쩍거리며 소매로 눈물을 훔치더니 점퍼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러더니 내 손에 사탕 하나를 쥐어준다. 선생님 이거 드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쩐지 내가 위로받은 5분이었다. 찡하고 부끄러웠다.



<그림책 추천>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글그림/박상희 옮김/비룡소/1995.11.1

*오늘도 화났어!/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유문조 옮김/내인생의책/2010.4.1

*우리 선생님은 괴물/마이크 탈러 글, 자레드 리 그림/신형건 옮김/보물창고/2008.2.5

*선생님, 우리 선생님/패트리샤 폴라코 글그림/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2002.4.25

*넬슨 선생님이 사라졌다!/해리 앨러드 글, 제임스 마셜 그림/김혜진 옮김/천개의바람/2020.11.18

*100개의 눈사람/앙드레 풀랭 글, 친 렁 그림/김혜영 옮김/리틀씨앤톡/2011.12.16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필립 C.스테드 글, 에린 E.스테드 그림/강무홍 옮김/주니어RHK/2021.12.20

*화난 책/세드릭 라마디에 글, 뱅상 부르고 그림/조연진 옮김/길벗어린이/2017.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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