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시선이 내쪽으로 모이면 레이저를 맞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초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수업 전 '무대에 선 희극배우'라 상상하며 잠시 나를 버린다. 집에 오는 길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입에 넣고 나면 그제야 긴장이 확 풀린다. 몇 년째 그림책 수업을 하고 있지만 편하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싶다. 그렇게 '내가 뭐라고'를 버릇처럼 내뱉다가 지역 내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어쭙잖은 책임감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중증장애인 논문과 교육 이론서를 찾아 공부하고 미리 건네받은 수강생 정보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특수교사 윤상원 님의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에서 그들을 장애우가 아닌 '장애우라 명명된 사람'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구절을 보고 단어 안에 박힌 편견을 반성했다. 혹시 모를 말실수에 대비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원고까지 만들어 연습했다. 그러나 몇 달간의 고민과 다짐은 수업 첫날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몇 초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내가 맡은 반은 신체장애나 지적장애, 자폐, 강박과 의사소통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중복장애인이라 명명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발화 자체가 가능한 학생은 둘 정도 있었지만 대화가 두 마디를 넘어가지 못했다. 열몇 명 중 내 눈을 마주쳐 주는 이는 한 사람뿐이었다. 나를 봐주지 않으니 더 난감하다. 소통, 성장, 보람 이런 것을 바랄 수없겠구나. 내가 여기서 무엇을 가르쳐 줄수 있을까. 머리가 저렸다.
딱! 뇌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내 몸은 수업을 끝냈고 선생님들과 다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며 필요한 것을 여쭈었다. 교실 입구 벽에 학생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어 허락을 맡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빨리 얼굴과 이름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 문을 나서며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길 위의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이런 기분이 드는 자체가 미안했다. 아직 추운 2월인데도 땀이 났다. 집에 도착해서도30분간 멍하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