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아아!>는 작은 물총새 '멜'의 첫 비행과 사냥을 밝고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이다. 멜이 빠른 속도로 물에 빠진다. 의도한 추락이다. 물속의 공간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물고기를 낚아채고 다시 날아오른다.
세상 어떤 일도 당연하지 않다. 새들의 비행 역시 생존과 연결된 기술의 영역이다. 날아오르는 데 필요한 것은 본능과도 같은 의지다.짧은 순간 멜이 보여준 비행의 궤적은힘에 부쳐 곤두박이칠 것 같아도 고군분투하는 우리 인생의 그래프 선과 같다.
오래전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지만 벌어야 하는 책임과 사람과 부대끼는데서 오는 부담에서 멀어지는 것이 좋았다. 그 이후에 무력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보낸 시간들은 몸이 편하니 드는 쓸데없는 잡생각이라고 치부했다.
힘든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 몇 년 전 남편에게 일이 생겨 꽤 오랫동안 집에 있어야 했고, 아이들은 코로나 19로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며생활했다. 집에 갇혀버렸다. 게다가 시댁, 친정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말이나 마음으로 하는 위로는 현금보다 쓸모가 없다는 것도 그때 완벽하게 깨달았다.
무능감과 불안으로 항상 심장이 쿵쾅거렸고 그런 속내를 터놓고 싶지 않아 몰래 상담 센터를 다니고 약을 처방받았다. 나름 잘 감추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이에게 옮아가는 것을 알고 그제야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쯤누군가 읽어준 그림책이 위로가 되었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힘든 마음에 몰입할 거리를 찾으려고 읽고 배우다수입도 생겼다. 도울 수 없는 일에 슬퍼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도훨씬 가벼워졌다. 정신없던 시간을 무사히 넘기며 상황에 적응해 갔다. 개복치 같던 멘털도 아주 조금은 단단해졌다.
진지하게 살고 싶다.애쓰는 시간이 지적허영을 채우거나 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핑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서야 날아오르기 위한 수직낙하를 배우고 있다. 두렵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림책 추천> 나를 닮은, 닮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소개해 드려요.
*간다아아!/코리 R. 테이버 글그림/노은정 옮김/오늘책/2022.3.10
*안녕 나의 등대/소피 블랙올 글그림/정회성 옮김/비룡소/2019.4.9
*부엉이와 보름달/제인 욜런 글, 존 쇤헤르 그림/박향주 옮김/시공주니어/20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