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들과 서로를 봤을 때 떠오르는 꽃이나 나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누군가 내게 마가렛을 닮았다 했다. 예전에 여행을 갔을 때 들판 한가득 피어 있던 마가렛이 그렇게 감동이었단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묘하다. 관심도 없던 그 꽃이 궁금해진다. 당장 목마가렛 화분 세 개를 주문했다.
하얀 꽃잎이 노란 중심부와 어울려 예뻤다. 여린 연두 줄기에서 어쩜 그렇게 싱그럽고 선명한 꽃잎이 피어날까. 하늘하늘하면서도 강단 있어 보였다. 미리 사둔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고 물을 듬뿍 준 다음 베란다에 두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베란다로 나가 마가렛을 바라보며 어디가 나랑 닮은걸까 흐뭇해했다.
나중에 들으니 꽃잎들이 활짝 피어 있을 때는 분갈이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한다. 물도 뿌리에만 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앞건물에 막힌 남향이라 햇빛과 바람도 충분하지 않았다. '알면 사랑한다'는데 제대로 알지 못해 엇나간 사랑이 되었다. 꽃잎이 점점 작아지며 말라가더니 이내 개망초꽃처럼 변했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진드기도 말썽이었다. 새로 올라온 꽃봉오리가 영 피어날 줄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줄기 대부분을 잘랐는데 얼마 후에 신기하게도 화분 하나에서 줄기가 새로 나며 꽃봉오리가 맺혔다. 볕 드는 위치를 찾아 시간마다 화분을 옮기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꽃 피우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결국 시들었다.
마가렛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제는 볼일이 끝났다는건지 진드기도 보이지 않는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가망 없는 누런 줄기들을 잡아당겼다. 마음 한 귀퉁이가 뽑혀 나가는 것처럼 무겁고 미안하다.
이상하다. 생각도 하지 않은 곳에서 반갑게 무언가를 마주치기도 한다. 배송비 때문에 같이 샀던 장미허브와 애니시다가 여린 잎을 틔우며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거봐라, 그래도 우리가 있지 않느냐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