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가 강을 지나가는 데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다.
나룻배가 강을 지나가는 데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다.
앞쪽에 탄 양반이 “임금이 민생을 안 챙겨서 그러니 이를 어찌할꼬?” 하니, 나란히 앉은 양반이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중전마마가 덕이 없어서” 한다. 마주 보고 있던 상인이 “나으리, 작년 비로 나뭇값이 많이 올랐당께요” 하니 곁에 있던 농부가 “고을 원님을 잘 못 뽑아서 그런지라” 한다.
저마다 나룻배의 물이 샌 이유를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물은 점점 무릎까지 차올랐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룻배의 물이 새는 원인과 처방을 두고 ‘거대 담론’으로 한눈 파는 사이 물결은 점점 거세진다.
우리가 정치권 꽃구경으로 한눈파는 사이 AI의 파괴적 기술에 관한 신문 기사 두 꼭지가 눈에 띄었다.
“AI 전투기 직접 탄 공군 장관 지치지도 겁먹지도 않아”(SBS, 5.5.)로 2028년 첫 도입을 시작으로, AI 전투기 총 1천 대까지 운용하겠다는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北 기습 때 AI에 서울 방어 맡겨도 되나” (조선일보, 5.8) 질문에 오픈 API CEO인 샘 올트먼 답변은 ‘회색지대 복잡하니 Chat GPT-4가 이런 결정 안 하길’ 바라면서도 ‘자사가 만든 AI 이미지 탐지 도구’를 은근히 자랑한다.
어느 조직이나 파괴적 기술의 패배주의자가 득실댄다. 특히 맨 앞장서서 도입해야 할 국방부가 보안 때문에, 비밀 때문에, 제도 때문에, 교리 때문에…, 이렇게 ‘ 때문에’를 나열하고 보니 숨도 안 쉬고 100가지는 너끈히 답할 수 있다.
언제나 “그러하니, 지금은 못 한다.”라는 사람이 95%이고, “그래도, 지금 안 하면 클 나요.” 하는 사람이 겨우 5%다. 이들이 힘겹게 선두에서 서서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곳이 국방부다.
대한민국이 장렬히 전사시킨 파괴적 기술의 목록이다.
AI,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이용한 군사화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려는 ADD의 느린 획득 절차, 즉시 군사용을 요구하는 각 군의 깨알 같은 ROC, 물샐틈없는 비밀을 담당하는 방첩사의 ‘막고 보자’ 주의로 숨도 거의 못 쉰다.
사이버, 우리나라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해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사이버 산업의 최적지이나, 정치권이 사이버사의 민간 대응을 법으로 금지하여, 그 우수한 기술 그 우수한 인력을 갖고도 졸장부로 만들었다.
드론,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다니기도 전에 우리는 벌써 법으로 수도권 내에서 드론을 날리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였다.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묶여 아무것도 유통할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데이터가 나도 모르는 사이 구글이 디폴트로 몽땅 가져가는 시대에 국내만 꽁꽁 막고 있다.
어쩌다 우리 정치권은 챙겨야 민생은 뒷전이고 챙기지 말아야 할 민생은 알뜰히 챙겨 파괴적 기술만 나오면 바로 금지시키니, 신산업이 나오기도 전에 씨를 말려 놓고, 날이면 날마다 신 산업 육성 대책 회의를 하니 참으로 불가사의 한 나라다.
처음 국산화한 M2 카빈총이 첫 사격에 총열이 박살 나자 “임자, 괜찮아”하는 호연지기는 사라지고, 왜 이렇게 겁먹은 국민이 되었는지 모른다.
도전, 창조적 파괴, 이런 키워드를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시대정신으로 어찌 다가오는 AI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꼬? 참으로 아찔하다.
*사진은 경북궁(2024.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