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과 어둠은 동시에 존재한다.....
산 넘어 산
새벽 다섯 시 반
하루를 시작하는 이름 모를 타국의 경쾌한 음악에 동이 틈을 알린다.
나는 일어날까 말까 잠깐 망설이다 그리고 결정한다.
딱 오 분만 더
다섯 시 삼십오분 나는 하루를 준비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나만의 정리 시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기 위한 나만의 준비
어김없이 돌발 상황은 발생하고
나름의 프로세스로 차선의 길을 걸어본다
한 고개 넘어가면 더 높은 산이 내 앞을 막는다.
그 순간 턱 턱 숨이 막혀온다. 그리고 긴 숨을 쉬고 다음 상황을 또다시 준비한다.
무너질 듯 무너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이 그러했고 앞으로 살아올 사람들이 그러 할 것인데
내가 왜? 그런 사람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빨을 악물고 되뇌며 다음 산으로 오를 준비를 한다.
또 다른 산을 오르는 것은 항상 다름이 존재한다.
비탈길도 있고 큰 암석도 있고 나무뿌리가 칡 갈퀴에 엉켜 꽈리를 틀을 수도 있고
항상 다른 산길을 오르는 나는
도사리고 있는 돌발 상황을
가슴속에 지닌 나만의 비수(匕首)로 상대를 찌르고 오른다.
산속엔 그동안 멸종 된 것으로 알았던 큰 맹수의 발자국도 보이며
밤에는 시퍼런 튜닝한 자동차 라이트 불빛마냥 호랑이의 쌍 라이트 불빛이 눈앞을 아른 거리기도 하고 올빼미와 부엉이의 기괴한 울음소리는 내 가슴속에 준비된 칼날을 항상 겨냥하게 만든다.
몇 년을 마스크 위로 눈빛만을 내세우며
매의 눈으로 현장을 바라보는 나는
그 눈빛엔 벌써 맹수의 그것과 다름이 없이 보인다.
오늘도 내일도 결정의 순간은 다가오고
고개 넘어 산마루에 서면 다음 고개와 다음 산봉우리들은 끝없이 펼쳐져있는 데
이것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겨본다.
나는 양치기를 하는 목동이다
수많은 늑대들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생길지 모르는 피비린내를 줄여야 할 뿐이다
언젠가 목동의 채찍이 내려져있는 그 순간
나는 본연의 나로 돌아 올 것이니
산 넘어 산에는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이 보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