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대 Apr 27. 2024

첫 출근, 직장 상사는 3주 전에 도망갔다고 합니다.

달릴 수 없는 임팔라 한 마리

절망감

그것은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6시 40분 나는 첫 출근을 했다. 

스테이션엔 밤동안 근무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앉아있었다. 

첫 직장 동료인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냈지만 그들은 표정은 냉담했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자리에 앉으니 시간이 너무 가지 않았다. 

빨리 유니폼이라도 갈아 입어야겠가는 생각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제가 아직 근무복을 못 받았는데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여기는 근무복 따로 안 줘요. 이전 병원에서 입던 근무복 입고 와야 해요' 

그제서야 통일성 없는 그들의 근무복이 눈에 들어왔다. 

oo대학병원, xx안과 

모두 이 병원과 상관없는 병원 이름이었다. 

'제가 신규라 이전에 일한 병원이 없어요.' 

내가 꺼낸 두 마디는 모두 그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오늘 혼자 근무하는데 괜찮겠어요?'


최근 간호사간 불화로 3명이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은 수간호사였고, 3주간 공석인 상태라 한다.

그 말은 즉 나에게 일을 알려 줄 사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면접 때 나는 분명 신규임을 밝혔다. 

나의 무경력을 누구보다 잘 알 간호국장이라는 사람은 

출근 첫날 혼자 근무를 서게 했다.

결국 나는 사복을 입고, 혼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오전 8시가 되자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집어든다.

약국, 원무과, 보호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질문에 원하는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답답한 답변에 상대방은 결국 한마디 꺼냈다. 

'간호사 없어요? 간호사 바꿔보세요.'

'죄송합니다. 지금 간호사가 없어서요... 다음에 다시 전화 주시면 안 될까요?' 

4년이란 시간을 부정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자괴감이 물 밀 듯이 밀려왔다. 

내가 오늘 한 것은 간호사의 업무인가?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사용법도 몰라 환자의 생년월일을 묻는 질문에도 답할 수 없었다.

집으로가는 버스에서 나는 우울과 절망에 빠졌다. 

그 굴레 속에서 끝없이 떨어지고 있을 때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엇인가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잘 못했지?

죄송하려면 일도 안 알려주고 업무를 시킨 사람 잘 못이지 내 잘 못이 아니다. 

내가 나를 미워할수록 나만 힘들 뿐이다. 

내 책임인 행동에만 죄송하기로 했다.

그래야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 01화 나의 첫 직장은 요양병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