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것을 알고 있는 임팔라 한마리
싱글 침대 하나만으로 꽉 차는 곳
침대 크기에 맞춰 방을 재단한 것 같은 그런 곳
고시원 그곳이 나의 보금자리였다.
쓰러지 듯 누운 침대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랫동안 잠에 들었다.
중간중간 허리가 아파 눈이 떠질 때도 있었지만 애써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려는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꿈속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부모님께 뭐라 말해야 할까?
자식의 첫 출근을 응원하며 100만 원이라는 돈을 쥐어주던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3일 만에 퇴사했다는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걱정을 할게 뻔하니까
돈도 문제였다.
수입이 없는데 나가야 할 월세와 생활비를 생각하니 속이 꽉 막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경력도 문제였다.
요양병원에서도 버티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밀려오는 자괴감과 후회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래 과거가 아닌 미래만 생각하자.
지금 내가 힘든 건 과거의 그 사건,
그것 때문에 올라오는 감정.
그래 그것 때문이다.
그러니 잊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정답은 사실 내가 알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