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칠흑 속
더 깊은 어둑함이 내려앉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너무나 잔잔하고 고요해서
외롭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혼술.
안주를 집는 젓가락,
내려놓은 잔,
마침내 넘겨지는 꿀꺽 소리가,
새로운 음악이 되어 내 곁을 맴돈다.
우주 속에서 나만이 떠돌고 있는 것 같은.
정체된 모든 공기가 나에게 방문하는 것 같은.
나는 내가 거머쥔 정적 속에서
갑자기 웃어도 되고,
갑자기 울어도 된다.
나의 모든 것을 가만히 품어주는 혼술은
그래서 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