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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원석의 친구 현수

by 알럽ny

노운구에는 원석과 같은 친구들이 많았다. 부자는 아니지만 자식이 바르고 똑똑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들이 모인동네였고, 유유상종인지라 성실하고 바른 원석의 친구들 또한 모난 구석없는 착한 친구들 뿐이었다. 단 한 명 현수를 제외하고.





현수는 가난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면서 가족들은 18평에 4식구가 모여살게 되었다. 누나도 공부를 잘했고 현석이도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기운 가세는 공부를 지속하기 어렵게 했다. 악바리 같던 누나는 혼자 힘으로 공부해 리화여대에 들어갔다. 누나의 모자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현수는 어릴 때부터 모아둔 용돈 100만원을 보태기도 했다. 자신 마저 사립대에 들어간다면 우리 집에서 감당하기다 어렵겠다고 판단한 현수는 서울대가 아니면 서럽대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워낙 어려운 형편이라 현수는 선생님들이 나눠주시는 참고서로 공부했다. 현수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고 연산대와 서럽대에 붙었다.





현수는 낙천적이었다. 그리고 타고난 생활력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 사무관 승진 시험을 위해서 서럽대 행정학과 학생들의 과외를 받는 경우가 있었고, 현수는 과외 알바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인상좋고 예의바른 현수를 어른들은 좋아했다. 다행스럽게 과외가 끝나면 소개가 이어졌고, 현수는 차곡차곡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현수는 1천만원을 모았고 마음이 든든했다. 현수는 주식에도 관심이 있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선택한 종목들은 대학교 4학년인 현수에게 1500만원이라는 종자돈을 모아주었다.



현수는 그 돈으로 로스쿨 공부를 시작했다. 1년간 리트 공부를 하면서 주말엔 과외를 했다. 졸업 후 바로 로스쿨에 가고싶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고 여러 곳에서 들어온 소송은 돈이 없어서 변호사 한번 사지 못해 최고 형량을 받았다. 현수는 자신의 부모님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이자 돈를 잘 버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하지만 공부한 만큼 리트점수는 나오지 않았고, 우연히 접하게 된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한다. 돈을 제외하면 원하는 삶에 부합하는 것 같아서 선택했고 뜻밖에 빨리 시험에 붙었다.




현수는 경위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줄이 았거나 라인을 가져야만 승진할 수 있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현수는 번번히 승진에 고배를 마셨고 조직에 뜻을 두지 않게되었다. 원하는 부서에도 가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갑갑했다. 그러던 때에 희영을 만났다. 희영은 가난한 집안 환경탓에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순경시험에 응시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는 경찰공무원이었고 악바리 근성에 싹싹한 성격을 가진 희열은 원하는 속도로 승진했다. 경장이 된 희영이 발령난 여성아동팀에서 현수를 팀장으로 만났다. 업무 특성상 유관기간 행사에 참여할 일이 많아 같이 출장갈 일이 잦았고 나이 차이도 크게 없다보니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둘은 연인이 되었고 일년여를 사귀고 결혼을 했다.






둘 다 가난이 무엇인지 아는 터라 아이는 내집마련 후 하나만 갖자고 결정했다. 희영이 살던 원룸에서 시작한 둘은 아끼고 아껴 살았고 2년만에 1억을 모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현수와 희열커플의 투자가 시작되었다. 임장을 다니며 사둔 인천과 부천의 소형 주공아파트 들이 올라주었고 그 하나를 매도 하고 평촌에 역세권 아파트에 갭투자를 했다. 천만원 이익이 1억이 되고, 2017년 초입에 희영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과천에 빚을 얻어 집을 장만했다. 행복했고 모든 것을 가진듯했다. 때맞춰 생긴 아이는 뱃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고 2018년 잘생긴 사내아이를 안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희영의 뱃속에서 아이가 자랄 때 현수의 마음에도 ‘욕심’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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