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와 하동 : 짧은 여행기

더 이상은 어중간한 마음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

by 늘보

삼십대가 되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일단 하고 본다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리베카 솔닛의 책 <멀고도 가까운>에 이런 문장이 있다.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라(Never turn down an adventure without a really good reason), 고. 여기에서 이유는 핑계지 않을까. 정말 그럴듯한 핑계가 없다면, 그냥 한번 저질러 보라고.


특히 올해는 그냥 저질러 본 일이 많았다.

불과 몇 년 전의 나였다면, 그 흔한 맛집조차, 같이 갈 사람이 없으면 가볼 시도조차 안 했고, 꼭 보고 싶은 공연도 미루고 미루던 나였다. 그러다 문득, 함께 할 누군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좀 못난 것 같아서, 그리고 놀이공원을 혼자 놀러 갔다던 지인을 보고 용기를 얻고, 이젠 혼자 뽈뽈뽈 잘 돌아다닌다.


그게 아마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아니었을까.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은 전주와 하동이다.

둘 다 관광버스를 타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전주와 하동도 일정이 나름 있는 여행이어서, 나는 그냥 정해준 일정에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편한 여행이었다.


일단 전주부터.

사실 한복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하기도 했지만, 예전에 가본 전주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또 신청하기도 했다. 그땐 독립서점 투어를 다녔는데, 이번엔 박물관도 가고, 한복도 입는다고 하니, 시간도 있고, 그렇게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혼자 가야하는 건 조금 그랬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신청하게 됐다.


다녀와서는, 역시 가길 잘했다는 생각뿐.

매번 깨닫는 거지만, 역시 안 하고 후회할 바엔, 직접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다.


한복도 참 좋아하는데, 잘 입을 일이 없어서, 이번에 입은 한복도 정말 오랜만에 입는 거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인은 한복을 입을 때 가장 우아한 것 같다. 입으면 일단 3배는 더 이뻐보이는 게 한복이다.


나처럼 혼자 온 동생이랑 이야기도 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뭐하고 노는지도 묻고, MZ샷도 어떻게하면 잘 찍는지도 배웠다.

동생이 찍어준 MZ샷ㅎㅎㅎ여러번 찍는게 팁이더라구요!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 전공인 동생이라서 전주 어진 박물관이나,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지하게 유물들을 감상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사도, 세계사도, 너무 어려워서 이과를 간 경우라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보면 좀 멋있음!)


마지막 일정이 카페에서 소감을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다들 어찌나 말씀을 잘 하시는지. 외국인 학생들이 나보다도 더 말을 조리있게 잘해서 놀라웠다. 모든 체험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였으며,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는 후기를 들으면서, 외국인의 눈에는 오늘의 여행이 더 남다르게 느껴졌겠구나, 싶기도 하고, 한국인인 나는 그에 비해 좀 설렁설렁 대충대충 본 것 같아서 좀 반성하기도 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 익선관 뒤에 매미 날개가 있는데, 매미의 5가지 덕목인 문, 청, 염, 검, 신의 의미가 기억에 남는다.


매우 깔끔하고 건물도 멋있었던 국립전주박물관. 옛날과 비교하면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정말 많아졌다. 요즘 학생들 역사 공부하기 재밌을 듯.



하동은 어땠는가. 나름 문학기행이라, 박경리 문학관도 가고, 최참판댁도 구경하고, 비빔밥도 혼자 야무지게 먹고, 감스무디도 먹고 왔다. 하동을 다녀와서 한가지 다짐이라면, 토지를 정말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거. 내년 버킷 리스트에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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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감도 찍고 고양이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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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능선도 멋있고 밥도 스무디도 맛있었던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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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왔으면 박경리 문학관은 와야지, 박경리 작가의 생에 대해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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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동! 또 올게!


어중간한 눈 밝은 자들이 큰일이라.
결국은 순결한 마음 순박한 열정만이
저어 수만 리 장천을 나는 철새처럼
목적한 곳에 당도할 수 있는 게요.
(박경리, 토지 7권)



늘보 철새는 목적한 곳은 어디인가.

어중간한 마음 말고 이젠

뜨뜻한 열정으로 나의 길에 당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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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