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오로라 여행
유럽은 세 번 갔는데, 마지막 유럽 여행은 2016년이다. 아니 벌써 몇 년 전이야. 아니네, 2019년이었네. 내가 이러니, 여행기를 뒤늦게나마 쓰려는 거다. 기억력이 날이 갈수록 가물가물...
처음 유럽은 2014년 겨울에, 두 번째 유럽은 2016년 여름에, 그리고 세 번째 유럽은 2019년 겨울에 갔다.
2014년엔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체코를 시작으로, 2016년엔 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2019년엔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그래, 갔다 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 할까. 그 고민만 몇 년째 하다가 조금 쓰다 말고, 또 쓰다 말고, 그러기를 몇 년 째다.
요즘이야, 우후죽순 여행을 다녀오는 시대고, 여행 책도 얼마나 많은가.
내가 읽은 여행 책은 또 그리 많지도 않다. 그런 내가 굳이 여행에 대해 글을 쓰겠다, 라...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우선 밝히고자 하는 건, 나는 여행을 안 좋아했다. 의외로 집을 좋아하고, 낯선 곳 별로 안 좋아하고, 낯선 사람의 호의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성격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나마 계획적인 친구들 따라서 몇 번 여행 가고, 친구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믿고 가거나, 하여튼 굳이 굳이 스스로 여행을 가려는 타입은 절대 아니었다.
요즘의 나는, 여행을 확실히 좋아한다.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여행가는 건 더 좋아하고, 친구들과 가는 여행도 좋다.
여행을 안 좋아하던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기까지의 과정 속에 몇 번의 여행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여행은 나쁜 여행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나빴던 경험이었을지는 몰라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기 때문.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도 여행을 미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땐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첫 자유 여행이었고, 엄마와 동생을 인솔해서 가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던 여행이었으며, 영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쓰러졌기 때문에, 그냥 아주 악몽의 첫 발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영국의 응급실 장면이 꿈에서도 자주 나왔었다. 지금에 와서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가 바로 이때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괜히 병원비도 걱정되고, 엄마도 걱정되고, 앞으로의 일정도 다 취소해야 하나, 머릿속이 뒤죽박죽, 기다리는 것외에는 답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끝이 보이면 그나마 희망이 있을 텐데, 병원에서 보내는 1분, 1분이 상당히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남동생이 있었고, 그래도 엄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했으니까 그렇게 최악의 상황이 아니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2년 뒤에 이탈리아에서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땐 엄마가 어느 병원에 이송된지도 모르고, 동생도 나중에 왔으며, 하여간 더 힘든 상황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튼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내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겠냐고...
내가 어쩌면 여행을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세 번째 유럽여행부터였긴 했다. 남동생도 없고, 엄마랑 둘이서, 북유럽을 돌아다녔는데, 그때의 잔잔한 여행이 좀 좋았던 것 같다. 이젠 여행이 익숙해져서, 엄마도 쓰러지지 않았고, 병원도 가지 않았으며, 그나마 일어난 일 중 최악의 일은 캐리어 바퀴가 부서져서 캐리어를 공항에서 바꾸는 과정과, 부서진 캐리어를 보상받는 귀찮은 일 정도였으니.
하여간, 여행기 중에 가장 재밌는 건 고생기다. 아주 고생 고생을 한 여행이야말로, 가장 기억에 남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으니까. 가끔씩 가족이 모이면 그때의 여행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아마 가족들 각자가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을 벗어나서 어딘가로 떠난 그때가 되게 그립고, 또 떠나고 싶고, 그래.
(이거이거, 여행기를 써야하는데, 기억이 사건사고만 나서 어쩐담.)
사건사고만 가장 기억에 잘 남는다. 미리 좀 써둘걸. 남들은 사람들한테 유용한 정보도 주고 그러던데, 아무래도 내 여행기는 그런 정보는 별로 없을 듯하지만, 아무튼 써보는 걸로.
세 번째 유럽은 이미 행선지가 정해졌다. 오로라 보기로.
유럽 여행은 주로 박물관이나 맛집 가기 등 하여간 그 지역에 가면 꼭 가야하는 것들을 주로 했었다. 이를테면 영국에서 뮤지컬 보기, 스위스에서 스카이다이빙하기, 바르셀로나에선 가우디 투어 등등. 웬만한 것들은 다 맛보기로 해보고 나서, 그럼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하다가, 오로라를 보러 가자!가 됐다.
그래, 오로라를 보러 가면, 어디로 갈까? 아마 꽃보다 청춘이었나, 아이슬란드 편도 같이 본 걸로 기억나는데,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등을 조사하다가, 노르웨이 트롬소(트롬쇠)라는 곳을 발견했다. 아이슬란드는 섬이라서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오로라를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고, 찾다 보니 가격도 그 당시에 가장 저렴한 곳이 트롬소였다. 오케이. 우리가 가진 예산안에서 그럼 여기로 가자, 노르웨이가 정해지고 나니, 나머지 동선들이 빠르게 정해졌다.
엄마와 나의 공통점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러면 유럽 중에서 안 가본 곳들 위주로 가자, 그리고 항공편은 가장 저렴한 편으로 검색하자, 해서 프랑크푸르트인, 암스테르담 아웃, 한 달간의 여행 동선과 대충의 일정이 그렇게 정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가 건강하실 때, 그리고 내가 시간이 될 때, 그렇게 훌쩍 한달을 어딘가로 여행갈 수 있다는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그때는 여행 준비하기 바빠서 그런 걸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막상 유럽에서 엄마와 딸이 여행왔다고 하면, 다들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그때 우리의 여행이 정말 특별했구나, 조금 깨닫고, 또 철없는 나는 엄마랑 투닥투닥거리면서 다음 목적지, 또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고 이동했다.
그래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오로라를 봤을까? 안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