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공주 여행기
지난 주 공주에 다녀왔다.
지인들에게 공주 가요! 자랑했더니, 내가 공주라고 말한 줄 알았다고... 나의 평소 이미지는 공주라고 스스로 부르는 그런 이미지였나.
아무튼, 이번이 세 번째 공주 여행이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공주 여행 프로그램을 보았고, 시인 선생님도 만나고, 밥도 먹고, 담금주도 만든다고 하길래, 냉큼 휴무를 내고, 다녀왔다!
대전역까지만 가면, 공주까지 버스로 이동해주신다고 해서, 신청한 것도 있는데, 막상 대전역을 가니, 대전에서 공주까지 나만 이동한 것! 문화예술교육사 선생님과 기사님과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공주까지 한시간 남짓 이동했다. (어째, 그 큰 40인승 버스에 세 명만 있으니까 VIP 같은 기분이었던 안 비밀)
공주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항상 친구들과 왔던 공주였는데, 이번에는 혼자 훌쩍 떠난 여행이었다. 뭐, 엄밀하게 말하면, 여행 프로그램과 일정이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한 여행이긴 했으니, 완전히 혼자 여행이라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어쨌든, 요즘은 지인들과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같이 여행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종종 이렇게 혼자 떠나곤 한다.
어디든 여행을 가면 세 가지 정도 목적을 가지고 오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공주 밤파이,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 빵 사오기,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할 것. 이렇게 세 가지 정도를 다짐했었다.
공주는 밤으로도 유명한데, 우연히 먹었던 밤파이 맛이 아직도 드문드문 생각날 정도로, 그렇게 달지도 않고, 아무튼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점심을 후다닥 먹고, 식당 근처에 있는 밤파이 가게를 갔다. 줄이 생각보다 길었지만, 다행히, 6개짜리 하나, 10개짜리 하나, 해서 두 박스를 사왔다. 친구들에게 줘야지, 하면서.
어디를 여행해도, 최소한의 짐을 지향하는 편이기도 하고, 굳이 거길 갔다고 뭔가를 사온 적이 없었던 나인데, 요즘은 어딜 가도, 생각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괜히 두 손을 무겁게 다녀온다. 나에겐 이 부분도 꽤 큰 변화. 좋은 곳을 다녀오면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요즘은 따뜻하고 좋은 것 같다.
처음 간 곳은 공주의 책공방 북아트센터.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관장님이 직접 도슨트 투어를 해주셨는데, 내가 지금까지 만난 공주가 고향인 분들을 보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고향이 부산인데, 부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 부산을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 자긍심까지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사람에게 어떤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점심은 ‘알밤에 반한 한우’라는 곳에서 먹었다. 통창에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는데, 공주에 와본 사람들은 아마 다들 느끼겠지만, 금강뷰가 꽤나 이쁘다. 조용하고, 옆에 공산성도 있고, 역사와 자연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주인데,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공산성을 한번 더 올라가보고 싶었다. 아쉽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 밤파이만 구매하고 버스에 탔다.
그 다음 일정은 제민천과 독립서점 투어. 공주는 독립서점이 꽤 있다. 그중에서도 블루프린트북이라는 곳을 좋아해서, 공주 올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다. 무인 책방이라 조용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 꽂혀 있기도 했고, 서점 왼편에는 제민천이 흐르고, 조용하고,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늘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여기를 그렇게 자주 떠올리나 보다. 세 번째 방문한 블루프린트북은 어쩐지 책도 더 낡아 보이고, 책의 수도 점점 줄어든 느낌이었다. 언젠가 이런 책방을 해보는게 자그만 꿈이기도 한데, 역시 서점은 돈이 안되는 사업일까.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다음 일정인 나태주 풀꽃 문학관을 도보로 이동했다.
나태주 풀꽃문학관은 이번이 처음 방문했는데, 그 전에는 벽에 나태주 시인님의 시들이 있었던 건 기억나는 것 같은데, 유심히 본 적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자세히 보니, 꽤 많은 공주의 많은 벽들에 나태주 시인님의 시들이 적혀 있었다. 역시 무엇이든 자세히 보아야 한다. 설렁설렁 보다간 이것도 저것도 안 남을 거야.
유퀴즈에서 인터뷰하신 영상을 본 적도 있는데, 시인님은 이번에 처음 뵀다. 너가 있어서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셨던 짧은 강연을 듣고, 선생님과 사진도 찍었다. 공주 시장님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책공방 아트센터 관장님이 짧게 이야기해주시기도 했는데, 모든 인연은 우연으로 시작하겠지만 또 어떻게 다시 만날지, 생각해보면 무섭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지금 나의 인연들에게 잘 해야지. 모든 인연은 끝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엽서에 시를 필사하고 꾸미는 텍스트힙이라는 활동도 했다. 다이어리 꾸미기도 유행히던데, 나랑은 썩 맞진 않지만, 오물조물 스티커도 붙이고, 붓펜으로 괜시리 멋있는 글도 따라 써보고 인증샷도 찍었다.
마지막 코스로는 담금주 만들기!
일정표에 로컬공방이라고 적혀 있어서, 공주의 로컬 공방을 가는 구나? 했는데, 담금주를 만드는 곳 이름이 로컬공방이었다. 공방 구석구석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는데, (화장실도 이뻤음), 술을 잘 마시진 않아서,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막상 담금주에 대해 배워보니까, 맛도 있고, 나는 어떤 종류의 담금주를 좋아하는지도 알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보니까 꽤 재밌었다. 선생님도 술을 좋아해서 창업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눈빛이 반짝반짝하시며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기도 하고.
담금주를 나는 두 병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말린 과일을 엄청 넣어야 하고, 조합도 꽤 중요했는데, 과연 맛있을지는 한달 뒤에 먹어봐야 알 것 같다.
1박 2일 같은 당일치기 프로그램을 빠르게 끝내고, 다시 버스는 대전역을 향해 슝슝~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기사님과 문화예술교육사 선생님과 다시 또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벌써 대전역에 도착했다.
선생님과 기사님 명함을 모두 받긴 했는데, 우리가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금세 친하게 이야기도 하다가, 다시 각자의 집으로 가고, 드문드문 SNS로 서로의 근황을 듣고, 한 번의 인연이 다시 인연으로 이어지기가 얼마나 힘들고 또 소중한지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은 역시 줄이 어마어마했다. 최근에 런던베이글뮤지엄 사건을 보고 나서 그런지, 성심당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를 빵의 종류보다 더 유심히 보게 됐다. 런베뮤도 가본 적 있긴 한데, 확실히 운영 방식이나,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나 좀 더 체계적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빵은 그렇게 좋아하질 않아서, 이렇게 줄 서며 빵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만.. 막상 줄 섰을 때, 내가 사고 싶었던 빵 줄이 아니기도 했지만, 대충 내 주변의 사람들이 사가는 빵을 나도 몇 개 담아서 왔다.
성심당이 왜 이리 유명한지도 좀 알 것 같았다. 우선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와르르 담아도 이만원 남짓. 요즘 빵집들 빵이 얼마나 비싸나!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빵의 종류도 성심당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주먹밥 같은 것도 팔고. 배가 고파서, 기차 시간 기다리면서 몇 개 먹어봤는데,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사온 빵들은 친구들에게 나눠줌.
다들 맛있다고 하니까, 좋았다.
다음 여행에서도 친구들 선물 사와야지.
공주 여행 끄읏.
다음 주는 대구 여행!
두구두구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