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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May 12. 2024

밖을 나가며

밖을 나간다.

 오늘은 11시 즈음에 일어났다. 전날에 새벽 1시는 되어서야 잠에들었으니 대략 10시간정도 잔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취했던 행동은 바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었다. 배가 너무나 아팠다. 아직 장염이 다 낫지 않았다는 신호로 나는 받아들이고서는 모닝똥을 즐기며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모닝똥과 함께 나는 모닝 샤워를 시작했다. 몹시 상쾌했다. 금요일 토요일 장염 때문에 아파서 거기 침대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씻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샤워였기에 나는 그 순간을 즐기자고 마음 먹으며, 찬물을 맞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머리 까지 말리고 나니  11시 40분이 되었다. 마침 그때 형도 일어났기에, 전날 밤에 먹다 남은 부대찌개로 형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부대찌개를 포장할 때에 소세지 추가 같은 건 일절 없었음에도, 햄과 소세지의 양은 상당했기에 일요일 아침은 꽤나 이상적이었다. 아니면 점심일 수도.


 밥을 먹고 나니 12시가 살짝 넘어있었다. 이건 못참지.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pc방에 가야만 한자고 내 몸이 소리치는 것 같았다.

 친구 두명에게 전화했으나 한명은 학원을 가야한다고 말했고, 나머지 한명은 자고 있는 것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평소에도 워낙 오래자던 친구였기에 나는 조금만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12시 30분이 되어서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내 전화로 인해 깬 것인지 꽤나 비몽사몽한 목소리였다. 1시에 만나기로 약속 잡고, 1시가 되어 함께 pc방에 갔다.


 원래 오늘은 아침부터 전날에 읽던 갈까마귀 살인사건을 마저 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항상 아침이 찾아오면 게임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미친듯이 치솟는다.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는 왜 그 욕구를 도대체 누르지 못하는 것인지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Pc방에서는 평소와 같았다. 게임 잠깐 하다가 밥 먹고 게임 잠깐 하다가 나오기. 딱 그 패턴 그대로 였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 소방차와 경찰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꽤나 신기한 광경이었기에 그 두 차를 따라 잠시 단지 내로 깊이 들어가 보았다. 그러고서는 금방 귀찮아져서 서로 헤어지고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온 다음이었다. 친구가 내게 급히 전화를 걸으며 크게 소리 쳤다.


 "야, 너 고층 사니까 밖에 보이지? 밖에 지금 매트 같은 거 깔고 완전 난리인데?"


 나는 호기심에 가득 찼기에 친구에게 한번 나가보자며 기껏 벗어놨던 옷을 다시 입고 현관을 열고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와 공동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이기에 나는 쉽게 그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현장에서 친구와 만났다. 사람이 무지 많았다. 경찰차 1대와, 소방차는 무려 3대가 온 것이다. 무슨 큰 화제라도 났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불이 난다는 신호인 검은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가 눈에 들어왔다.


 소방관들이 바닥에 매우 푹신할 것 같은 공기로 채워진 매트를 깔아놓았다. 이 매트는 분명 본 적 이었다. 화제 때문에 집에 갇혔을 때 창문을 통한 탈출을 위해 깔아놓는 것, 혹은 누군가가 자살을 하려는 것. 그 두가지 의미로 난 해석할 수 있었고, 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기에 후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누군가가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8층 높이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베란다 창문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꽤나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창문을 흔들다가, 얼굴을 두 손으로 만지고 신에게 기도하듯 손을 모은다. 이 3가지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었다.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인지 진짜로 난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생각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특히나 많았는데 만약 저 사람이 떨어진다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내 머리를 지나갔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남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관분들이 짐을 싸고 다시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 남자가 등을 돌리고 그냥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한순간이라도 나는 남자가 혹시 자살을 하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꽤나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일은 너무 단순하게 해결되었다. 그저 남자가 다시 집에 들어가자 남자의 상태를 살피고는 괜찮아졌음을 확인한 후 마무리 된 것이다.

 소방관 분들이 원래 불 끄는 일만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에도 매번 여럿이서 출동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고생하고 계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온 사람들의 공통된 얼굴로는 피곤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얼마나 이런 일에 자주 출동하는 것이길래 긴박함보다 피곤함을 느끼는 것일지를 생각하니, 뭐 내가 생각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된 후 친구와 나는 헤어지고 난 집에서 침대에 좀 누워있다가 기숙사로 출발하여 현재 기숙사에서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왔다. 젠장, 곧 자습시간이다. 이만 자습하러 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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