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수행평가 준비에, 학교 체육대회 준비에, 체육대회 후에 있을 모의고사 그리고 그 후에 있을 기말고사 때문에 내갸 해야할 과제들과 공부의 연속인 하루였다. 그러다 보니 마음 놓고 글을 쓸 여유가 없었고, 나는 일주일에 글을 하나만이라도 쓰자는 심정으로 하나만이라도 써서 올리자고 마음 먹었다.
원래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들 때마다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와서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붙어 치워야 한다는 나의 내면 속의 외침 때문에 쉽사리 글을 쓰기가 어렵다.
어제가 되었을 때 드디어 여유가 조금 생겼었다. 체육대회도 끝난 후였고, 공지된 수행평가도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비록 모의고사가 눈 앞이었지만은 잠깐의 여유를 찾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어제 글을 일주일에 한번만 쓰게된 만큼 제대로 써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이 기숙사에서 살아남기에 글을 출간해야할 때였기 때문에, 오늘 마음 편히 글을 올리고 토요일에 서점에서 새로 산 추리소설들을 읽을 생각이었다.
오늘 아침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와 저장글을 눌렀다. 저장글에는 내가 옛날에 잠깐 끄적인 적이 있는 글이 3개와, 오늘 기숙사에서 살아남기에 올려야 할 글 1개로 총 4개의 글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확인 했을 때는 내가 옛날에 잠시 쓰다가 말았던 3개만 있었고, 어제 내가 오랜만에 글을 쓰는 만큼 공들인 글은 온데간데없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하는 의문을 품으며 나는 과거를 회상하였다.
어제의 나는 학원을 갔다가 서점에 들렸다. 원래 학원 일정은 오후 1시 20분부터 2시 까지이나 학원의 사정으로 인해 2시 20분부터 3시까지로 시간이 바뀌었었다. 그렇게 난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학원을 갔다가 시간을 확인한 후, 서점에 들리기로 했다. 서점에 들려서 책을 딱 1권만 사고 돈을 아끼자고 마음 먹었으나, 글을 읽고자 하는 욕구에 못 이겨서 3개나 구매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버스 뒷자리에 앉으며 잠시 나의 앞날을 생각했다. 앞으로 6모가 코앞이다. 젠장, 3모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뜩 떠올랐다.
"내가 시험에 쫓길 필요가 없는데,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나는 이리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할 수도 있는 시험에 쫓기며 살아가지?"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나는 버스에서 잠시 내가 이번에 쓸 글의 주제로 내가 시험이라는 것, 테스트라는 것에 어째서 집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정했고, 버스에서 글의 갈피를 잡은 후, 집에 도착하여 본격적으로 글 작성을 시작하였고, 완성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 중요한 과정에서 나는 한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저장"이라는 버튼을 누른 적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과거를 회상한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어제의 나는 썼던 글을 저장하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여기에 딱 적격이었다. 내가 나름대로 평소의 글쓰기와는 달리 많은 고민을 거쳐 나의 주관과 소신을 확실히 담았던 글이었는데, 이런 하찮은 실수로 날려버렸다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황당함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었다. 얼른 이미 지나간 일을 털어내고 나는 오늘이 글을 마감해야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같은 주제로 다시 글을 써야할지, 혹은 그냥 다른 주제로 글을 써야할지를 고민했다.
분명 내가 같은 주제로 다시 글을 쓴다면 다시 생각의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주제에 더 긴 시간을 투자한 만큼 글의 완성도가 더 높은, 혹은 내용의 가치가 더 좋은 글이 완성될 터였다. 그러나 전자를 선택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 20분 후에 pc방을 가자는 친구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글을 써야했다. 아무리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pc방은 포기할 수 없었다.
따라서 원래의 나는 무언가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서술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서도, pc방을 가기 위해서 비교적 쓰기 쉬운 내가 글을 날려버린 지금의 경험담을 빠르게 써내려가고 pc방에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글을 날려버렸다는 것이 이리 기분이 불쾌할 줄은 몰랐다. 물론 새로 산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소설이 구겨지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럼에도 나의 1시간 가량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저멀리 작별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분노스러운 감정이 나를 덮칠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의 나는 pc방에서 기분을 달래고 기숙사에 들어가 독서를 해야할 듯 하다. 공부하기가 너무 싫다. 그냥 책만 읽고 싶다.
어쨌든 인생에 대한 한탄은 멈추고 꼴리는 데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