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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책과 보낸 하루

썸원스페이지 숲, 혼자만의 방으로의 초대

by 린꽃


시골에서 사는 나는 종종 시골이 지겹다면서도 매번 자연 곁을 찾아간다. 제일 익숙하고 또 가장 편안한 곳은 역시 자연의 품인 것 같다.

숲 속에 위치한 썸원스페이지 숲에서 책과 함께 보낸 1박 2일의 행복했던 시간은 정말 꿈처럼 행복해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통창 가득 해가 잘 들던 썸숲의 공용서재.

가득히 이 공간을 메운 책의 향과 잔잔하게 흐르던 클래식 음악소리가 정말 좋았다.



한참을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았다.

책을 고르던 내내 내 주변을 맴돌던 이곳의 터줏대감 고양이인 '머루'가 쏜살같이 책상 위로 뛰어올라 책에 마구 얼굴을 비비다가 책 틈의 내 손을 파고든다.



결국 책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덮곤 한참을 녀석을 쓰다듬었다.

혼자 있던 내내 외롭지 않게 내 곁을 오래도록 머무른 녀석.



내가 예약한 '혼자만의 방'은 혼자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방.

낮동안에는 통창의 산 풍경이 예쁜 바깥으로 해가 잘 들고,

저녁에는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도 운치 있다.



조용히 나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이 공간을 가득 메운 건 이곳에 머무른 사람들이 위로를 찾고자 한 흔적들이다.

LP플레이어로 클래식을 켜두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보다가, 한편에 나의 이야기도 남겨봤다.



내가 나로 오롯이 행복했던 시간.

나를 위해 내가 선물을 한 듯했던 시간이었다.



입실시간에서 멈춘 채 잠시 멈춘 시간,

나 역시 이곳의 시간이 오래도록 멈춰있길 바랐다.



저녁즈음엔 이곳의 썸장님이 예쁜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신다.

사진을 찍고 앉았던 자리에서 별을 보는데 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가득했다.



잠들기 전, 공용서재에서 잠시 머물며 책을 읽던 여유로운 시간.

다른 혼자만의 방에 머무는 분을 만나 이야기도 하다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혼자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하는 그분의 얼굴에 내 모습이 비친듯했다.

가져오신 간식도 나눠주셔서 오래도록 얘기하며 밤중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이곳에서 잠드는 시간이 아까워서 자꾸만 방 안의 책들을 펼쳐보며 오랜 시간 잠들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만나고 싶었던 보석 같은 글들도 찾았다.

한참을 책을 읽다가 어느덧 자정을 넘긴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 바깥의 별들을 바라보다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엔 전날밤 얘기를 나눈 다른 혼자만의 방에 묵으시는 분과 이야기를 하며 조식을 먹었다.

다시 돌아갈 곳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면서 떠나는 길을 응원했다.

어쩌면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아침에도 해가 예쁘게 들어 떠나고 싶지 않았던 혼자만의 방.

이곳을 찾을 또 다른 이가 이곳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기를 바라며,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했다.



내가 나로 온전히 행복했던 시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숲 속에서의 하룻밤은 아마 오래 잊히지 않을 것만 같다.

너무 행복했던 터라 이곳을 떠나온 지금도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춰있다.

언젠가 내가 길을 잃고 다시 헤맬때, 내가 나를 생각했던 이 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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