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친구가 행복하기를

내가 만드는 그림책, 나도 나를 사랑해

by 린꽃

최근엔 미드저니로 나의 시골생활을 담은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있다.

미드저니를 활용해 그림책을 만드는 걸 배운 건 근래에 내가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표현하고 싶던 시골 생활과 내 주변에 함께하는 일상을 표현하기엔 그림책만 한 매체가 없다.
이번 그림책은 시골살이를 하며 만나게 된, 나의 친구를 위한 책이다.
첩첩산중의 강원도 산골에 살면서 이곳의 수많은 동물들은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처음 연고도 없는 강원도에 살게 된 일 년 전, 낯선 곳에 온 이후에 빛을 잃어가던 내 모습을 닮은 강아지들을 만났다.
이곳에 묶여있는 대다수의 강아지들은 의욕이 없다.
본인이 묶인 줄에 순응하고 갇힌 삶을 받아들인 텅 빈 눈이 마음 아팠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된 강아지도 마찬가지로 의욕 없이 그 자리에 누워 지나가는 사람에게 꼬리도 흔들지 않았다.



나는 매일 동네의 강아지들을 보러 갔다.
혼자서 한참을 놀다 오기도 하고, 주인 분들을 만나면 강아지의 이름이나 성격에 관한 얘기들로 대화도 하다 왔다. 동네 강아지들을 아끼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고 온 적도 있다.
강아지로 인해 내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고
동네 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건 내게 어느덧 다정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레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점점 나를 알아보고 반겨주는 녀석들도 생겼다.
멀리서부터 꼬리를 흔들고 반기며 내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한 미소를 띠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부터 동네 곳곳의 강아지들은 내가 이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이번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이 가는 강아지의 이야기이다.
쓸쓸하고 텅 빈 눈을 하고 있던 체육공원 옆 강아지.
일 년 전, 처음 그 눈빛을 마주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나의 거울을 보는듯한 슬픈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강아지는 다가가도 다가오지 않고 짖지도 않고 모든 걸 체념한 표정으로 말을 거는 나를 멀찍이서 쳐다만 봤다. 그 모습이 눈에 밟혀서 동네에서도 제일 먼 곳에 있는 이 강아지를 매일 보러 갔다.



강아지가 내게 마음을 연 건 고작 며칠도 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물론이고 내 차도 알아보고 반겨주기 시작했고, 멀리서부터 내가 부르며 달려가면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환한 얼굴로 반겨주는 강아지를 볼 때면 내 세상은 조금씩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최근에도 한 달간 친정에 다녀오자마자 강아지를 보러 갔는데, 내가 없는동안 나를 잊지않고 기다려왔다는 듯이 멀리서부터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다.
그 순간엔 처음 만났을 때 강아지의 의욕 없던 얼굴이 떠올라 뭉클한 마음이 들어 나도 웃으며 강아지에게 달려갔다.



시무룩하던 강아지의 밝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행복이고,
그런 강아지의 마음을 담고 싶어 나의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

사랑 속에 있을때 빛나는 강아지의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친구의 환한 웃음을 앞으로도 보고 싶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앞으로도 사랑받고 행복하길 바란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7화무력한 나를 살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