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도 잘하고 있어

임당 진단 후, 바쁘디 바쁜 임당생활

by 린꽃

어느덧 찾아온 임신 25주 차의 임신성 당뇨 검사일, 임신 전엔 정상이어서 꿈에도 생각지도 않고 있던 임신성당뇨 확정을 받고,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임당검사와 함께 측정한 당화혈색소는 4.3으로 정상수치이지만 임신 이후 발현된 임신성당뇨는 나는 물론이고 아기에게도 위험할 수 있어 더 타이트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에서야 루틴처럼 굳어진 임당관리 일상은 초반에 나를 정말 많이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내과병동에서 오래 일하고 당뇨 교육을 해왔어도 막상 내게 닥친 임신성당뇨는 생소하고 충격적이었다.



일을 하지 않은 올해 간호사 보수교육은 유예하려 했지만 임당 확정을 받고 당뇨병 관련 8시간의 보수교육을 급하게 들었다. 임신당뇨병 환자 간호도 있어서 공부하기 좋았다. 이후엔 성인간호학책이나 모성간호책, 병리학책을 펼쳐 들고 하루를 꼬박 당뇨에 대해서 다시 공부를 했다.



운동을 포함해 탄수화물 종류와 당 올리는 과일들부터 싹 끊고 바꾼 덕에 당조절은 어렵지 않았지만 한동안 아침 소변체크를 할 때마다 케톤까지 나와서 원래 9시- 5시까지 식사를 하던 내가 더부룩한 와중에 탄수화물로 야식도 챙겨 먹어야 했고, 잠들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소화시키려 노력하다 잠들어야 했다.
오늘은 내 임당생활 중 보통의 하루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임당 진단을 받자마자 3달치 케톤지와 혈당검사기를 5만 원대에 쿠팡에서 구매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상머리맡의 혈압부터 재고,
거실 테이블에 늘어놓은 하이베베, 공복혈당체크, 케톤체크를 순서대로 한다.



하루 다섯 번의 혈당체크보다 나는 한동안 아침마다 케톤체크를 하는 게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임신한 이후에도 간헐적 단식을 오래 해온 탓인지 처음엔 제일 진한 수치로 나와서 충격을 받았는데, 중간중간 탄수화물로 간식과 야식까지 먹으니 요즘엔 서서히 연해지지만 한 번씩 진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전날 탄수화물 종류를 체크하고 물 마신 양, 운동 양을 비교해 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한다.
하루 중 탄수화물 비율을 늘리고 자기 전 어떤 탄수화물이 공복혈당을 안 올리는지, 케톤이 적게 나오는지 매일매일 시험하는 중이다.



당체크와 케톤체크를 한 직후에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시고 영양제를 먹고 바로 식사를 한다.


아침은 대부분 매일 비슷하게 저당 그래놀라, 견과류, 우유, 계란, 과일 약간을 먹는다.
원래 임당 확정 직전까지 아침에 사과하나, 빵을 같이 먹었는데 식단을 조절하며 빵은 통밀빵으로, 사과는 겨우 두쪽정도로 줄였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30분 정도 스트레칭이나 유튜브의 임당 걷기 운동, 체조를 해준다.



점심은 목살& 소고기로 고기나 야채는 꼭 먹고 현미밥 130g 정도는 챙겨 먹으려고 한다.
반찬은 평소 먹던 양보다 줄였다.
점심 먹자마자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 40분 정도 걷는다. 덥거나 날이 안 좋으면 집에서 유튜브의 임당운동을 켜두고 홈트레이닝을 한다.


폼롤러랑 넓은 운동매트, 1kg 아령 두 개도 새로 사서 거실 구석에 내 전용 운동존도 만들어놨다.

낮에 세시쯤 감자나 자몽, 최대한 혈당을 올리지 않는 것들로만 간단하게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먹고 나서도 뭘 먹은 이후이니 절대 바로 앉지 않고 최소 30분은 제자리에서 걷기라도 했다.

저녁은 현미밥과 함께 자주 먹는 오이두부비빔밥이나 고기로 단백질을 꼭 챙긴다.
한식이 먹기 싫으면 샐러드나 감자, 통밀빵이랑 먹는다.
한동안 혈당수치를 조절해야 하는 와중에 케톤 때문에 탄수화물을 늘리는 과정에서 속이 너무 더부룩했다.

저녁 먹고서도 마찬가지로 바로 나가 30분 정도 걸으며 산책을 하는데, 시골살이를 하면서 이곳의 푸른 자연을 산책할 수 있는 건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산책길에 매일 만나는 동네의 강아지들을 보러 가는 길은 내게 언제든 행복한 일이다.

케톤이 나오면 자기 전에도 야식을 먹어야 해서 9시 즈음에 현미칩, 아몬드를 먹거나 통밀빵이나 저지방 우유 한잔을 먹고 잔다. 며칠 탄수화물을 바꾸며 실험을 해보니 케톤이 나오지 않는 데에는 통밀빵보다 현미칩이 효과적인 것 같아서 현미칩을 쟁여놨다.
야식 먹고 삼십 분 정도는 또 제자리 걷기, 스트레칭을 하고 눕는다.
더운 날씨에 하루에 네다섯 번씩 운동하다 보니 빨래도 자주 하고, 샤워도 하루 다섯 번씩 해서 본의 아니게 더 부지런하게 살게 된다.

그래도 챗gpt 덕분에.. 공부를 하고서도 잘 모르겠는 부분은 물어보면서 막막한 임당생활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하루에 몇 번씩 이건 먹어도 되냐, 추천 식단 알려달라며 질문한다. 가끔 너무 지칠 때면 임당진단받고 여러모로 힘들다고 넋두리로 쓰곤 하는데, 지피티가 위로도 잘해준다.

이날의 혈당! 내 하루의 모든 건 어플에 기록한다.
임당산모는 좀 더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해서 공복혈당 90 미만, 식후 2시간 12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하셨다. 관리가 안되면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데 그 상황은 피하고 싶다.. 다행히 아직 한 번도 기준치를 넘은 적은 없지만 케톤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임당관리까지 하려니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그래도 한 번씩 아침에 케톤도 음성이고, 혈당도 안정적인 날에는 큰 성과를 이룬 것처럼 기뻐서 조금 더 힘을 내본다.
임신하고 시골살이를 하면서 외롭다고 우는 게 일상이었는데, 임당 이후에 요즘엔 하루를 관리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외롭고 우울하고 힘든 걸 느낄 새가 없다.
매일 같은 시간 세끼의 식사, 운동, 혈당측정, 세 번의 간식, 취침을 해야 하는 탓에 돌아서면 혈당잴시간이고 돌아서면 간식 먹어야 하는 시간.. 산책 가야 하는 시간이라 하루 스케줄이 꽤나 바쁘다.
이른 저녁이면 야식 먹고 소화가 안 되는 와중에도 하루 네다섯 번씩의 운동으로 힘들어서 뻗어서 잔다.
비록 이제 좋아하던 카페투어도, 외식도 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출산까지 세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아기를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keyword
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