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며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
아기의 출산이 백일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이제는 언뜻 봐도 배가 꽤나 불러서 임산부 배지를 하지 않아도 임산부인 걸 모두 알아본다.
종종 가는 빵집 사장님은 매일같이 들러 똑같은 크림빵을 사 가는 내 배를 바라보시며 '아기가 오늘도 크림빵이 먹고 싶나 봐요~' 말하며 웃어주신다.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요즘 크림빵만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말하고 빵집을 나와 다른 곳은 들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게 요즘의 내 일상이다.
이전엔 카페나 예쁜 여행지를 찾아가던 게 낙이었는데, 몸이 점점 무거워지며 식후에 잠깐 산책이나 먹고 싶은 걸 사러 나갈 때 말고는 외출은 자제한다.
이런 생활이 한동안 이어지자 무기력감과 우울감도 심해졌다.
물론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 건 너무도 행복한 일이지만 달라진 내 일상과 함께 처음 겪는 낯선 임신증상들은 매일매일 새롭게 힘들다.
오랜 시간의 활동도 힘들고, 허리 통증과 함께 몇 달간 속이 눌린 듯 소화도 되지 않고 기미나 잡티도 생기고, 가려움증이나 불면증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마다 터지는 코피, 자주 붓고 저린 다리 등등.. 임신한 이후로 감당하기 힘든 증상들이 너무도 많다.
아직 튼살은 없지만 얼마 전부터 온몸이 간지러워 긁다 보니 곳곳이 피투성이인 데다 옷을 벗을 때마다 반점처럼 붉은 피들이 묻어난다.
임산부라 약을 쓰기도 찜찜해서 그동안 연고 한 번을 바른 적이 없다.
병원에 정기검진을 갈 때마다 온갖 힘든 증상들을 나열하며 괜찮은 건지 여쭤보면 모든 게 임신 증상들일뿐, 큰 문제는 아니라는 답만 돌아와 허탈할 뿐이다.
증상 하나가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면 연달아 다른 증상들이 방심하지 말라는 듯 융단폭격처럼 찾아온다.
전반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요즘이지만 하루에 몇 번씩,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아기가 태동을 할 때이다.
가만히 누워있거나 티브이를 볼 때면 뱃속에서 무언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아기가 한 번씩 배를 툭툭 찰 때면 배가 요동치는 걸 느끼면서 ' 아기 뭐 해? 놀고 있어? ' 말을 건네며 배를 쓰다듬는다.
한 번씩 아기가 조용할 때 ' 아가 한 번만 움직여봐!'라고 말하고 배를 쓰다듬으면 대답을 하듯 꿈틀거릴 때가 있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새벽에 깰 때도 태동을 하고 있을 때도 많다.
안 그래도 불면증이 심해진 와중에 태동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잠들 때까지 태동을 느끼면서 '엄마 이제 자야 해~ 내가 자야 너도 안 힘들지~' 혼자 중얼거리며 아기에게 말을 걸다가 겨우 잠드는 게 일상이다.
아마도 내 아기가 야행성인지 유독 밤중에 태동이 조금 더 힘차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힘들 땐 아기의 태동만큼 위로가 되는 게 없다.
종종 아기의 태동이 내게 안심하라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이 힘든 과정에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하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무게감이 다른 태동을 느끼면서, 아기도 나도 힘든 시간을 딛고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엔 지독한 입덧이 힘들게 했고, 중기엔 또 다른 낯선 증상들이 함께하고.. 여러모로 힘든 임신기간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기와 함께 그만큼 행복하기도 한 요즘.
지치고 힘들 때면 그동안 모으고 정리해 온 아기의 초음파 앨범과 초음파 동영상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초음파 앨범 매 장마다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들로 빼곡히 적힌 글들과 '잘 자라줘서 고마워'라는 문구를 볼 때면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 지금, 내가 더 이상 바랄 건 없다는 생각에 다시 기운을 차린다.
내겐 오랜 꿈이었던 아기를 만나기까지 3개월, 앞으로 어떤 괴로운 증상들이건 감수할 수 있으니 부디 남은 임신기간이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 여정의 끝에, 나의 아기와 함께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뭐든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