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기에게 모빌을 틀어주면 매번 즐겁게 바라보던 아기가 이젠 금세 시선을 거두고 나를 쳐다본다.
담요를 덮어주고 모빌을 켜두면 내가 떠날 신호라는 걸 아는 듯, 내가 떠나기 전부터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를 아는 것처럼 아기의 고개는 나보다도 먼저 늘 내가 있는 주방 쪽을 향한다.
멀어지는 나를 따라 아기의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마음이 아려와 몇 번이나 돌아가 아기를 토닥이며 말한다.
“엄마 금방 올게, 이것만 하고 올게.”
그렇게 돌아서서 쌓인 젖병을 닦고, 소독기에서 젖병을 꺼내고, 내 밥도 해먹고, 유축도 하고, 빨래도 하고 대충 청소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퇴근하고 도와줄 남편도 없고, 혼자 육아를 하다 보니 집안일이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한번 모든 일을 해치우다 보면 꽤 오랜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때도 아기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다.
가끔 분주하게 움직이다가도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아기에게 “엄마 여기 있네, 엄마 뭐 하지? 이제 다했어, 금방 갈게. ” 말을 걸면, 아기는 내 말을 알아듣는 듯 꺄르르 웃는다. 그 웃음 한 번에 온 피로가 녹아내린다.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마치고 아기에게 다가가면, 마냥 해맑게 방긋방긋 웃으며 반겨주는 얼굴에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을 달래듯 그림책을 꺼내 함께 누워 읽어주고, 눈앞에 장난감을 흔들어주며 잠깐 터미타임도 시키고,
작은 손발을 잡고 온몸을 쓸어주며 마사지도 해준다.
줄곧 나만 바라보며 기다리던 아기는 이내 피곤해하며 칭얼대다가 겉싸개에 싸서 토닥여주면 금세 내 품에서 잠이 든다.
잠든 아기를 방으로 데려와 눕히고 나도 옆에 누워 잠깐 쪽잠을 청했다.
조금 자다가 인기척에 잠에서 깨면, 아기는 이미 깨어 팔다리를 흔들며 버둥거리고 있있다.
아기 침대의 오른편에 놓인 내 침대 위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그때도 아기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다.
마치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게 기다려준 것처럼.
혼자 잘 놀고 있었냐며 가만히 머리칼을 쓸어내리다 문득 아기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눌린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항상 오른쪽으로 날 보며 오매불망 나만 기다렸던 시간들이 아기의 머리 모양에 새겨진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기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저 늘 종종거리며 무언가를 하느라 바쁜 사람일까,
그럼에도 늘 아기를 향해 마음을 쏟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줄까.
오늘 밤은 아기가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한다.
“아가야, 내일은 엄마가 조금 더 놀아주고 안아줄게. ”
그 한마디 속에, 아기를 향한 모든 사랑과 미안함이 녹아든다.
언젠가 아기의 시선이 세상을 향해 멀어지더라도,
그 시작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내일은 조금 더 그 눈빛이 닿는 곳에 오래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