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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록하지 않는 것은 기억에도 없다

by 녹음노동자

"기록하지 않는 것은 기억에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우리는 모든 일들을 기억에 의존하고 있을 수 없다. 번뜩이는 생각들도 돌아서면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하고 메모하는 일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머리에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머리를 비워야 한다. 기록을 해서 남긴다라는 것은 결국 비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도 기록은 있었다. 인간의 기록은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다들 어쩌면 알고 있듯 기록의 시작은 원시인들의 동굴벽화이다. 그들은 벽화에 기호를 새겨서 일상생활이나 사냥을 기록했다고 한다. 기록의 목적은 1. 기억의 한계를 극복 2. 정보전달 3. 문명발전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기록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가 있다. 영화를 하면서 내려오는 소중한 말이 있다. 관객은 보기 전까지 무엇이 보고 싶었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쓰지 않고는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행동해보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가끔 사람은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사람은 그 무의미한 일조차 하기를 꺼려하면서 쉽게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지고는 한다. 기록이란 별것 아니게 보일 수 있으나 이 단순한 행동이 인간을 사람을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고 널리 퍼진 종으로 만들었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만큼 지능이 뛰어난 동물도 있고 심지어 육체적으로 뛰어난 동물도 흔하지만 다른 동물은 기록을 하고 발전시킨 생각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지는 못 하기 때문에 오직 인간만이 문명을 이루고 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기록물들이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난중일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보존됨에 있어 많은 위기들이 있었다. 특히 임진왜란에 보존에 있어 큰 위기를 겪는다. 다른 사고에 저장되어 있던 기록물들은 모두 불타 없어졌는데 오직 전주사고에 있는 기록물만이 손홍록과 안의를 비롯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보존될 수가 있었다. 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기록들을 전해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난중일기가 없었어도 우리는 기록물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님의 업적을 들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중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이순신 장군님 또한 피와 뼈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군님은 그 바쁜 시간에도 틈틈이 기록을 남기는 일들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의 의지란 대단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기록물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방학숙제로 일기를 쓰라는 숙제를 받은 기억이 있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힘든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맞춤법 띄어쓰기와 같은 것으로 혼이 난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매우 꺼려지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직 특별한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착각을 오랫동안 등을 지고 살았다. 하지만 사실 세상에 형편없는 작가들도 흔해 빠졌다. 그것이 얼마든지 형편없는 글을 써도 괜찮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띄어쓰기 맞춤법이 아니라 글 속에 담긴 작가의 혼 생명력이야 말로 정말 중요한 것이다. 나는 살면서 아침에 태어나고 저녁잠이 들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매일 다시 태어나는 나는 어제와 같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어제의 나와 다르게 더 성장하는 방법은 나에게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고 읽는 일이 가장 확실하다. 우리 모두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운동과 글쓰기를 하는 것. 우리는 그 과정에서 온전히 그 가치를 누리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댄서가 되기 위해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면 그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가. 기록을 남기고 글을 쓰는 것 내가 겪은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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