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아주 유별난 사람으로 소문이 나신 분이다.
남들 앞에선 말수도 적으시고 조용한 분이지만, 손녀 얘기만 나오면 만담꾼이 되시기 때문이다.
세 살배기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기에, 그들에게 손녀는 애지중지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바닥에 내려두면 감기라도 걸릴까 한평생을 업어 키워주셨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문 앞에선 마중 나오신 할아버지가 서 계셨다.
가끔 친구들과 놀다 가는 날을 제외하곤, 항상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집에 가는 길이 너무 좋았다.
그런 할아버지의 마중은 내가 취업을 하고 직장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었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할아버지는 개찰구 옆에 계시거나 가끔은 벤치에 앉아계시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데도, 할아버지는 나를 단번에 바로 찾아내시는 게 신기하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15분 정도의 거리, 할아버지와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항상 퇴근길이 더 기다려지곤 했는데, 요즘은 혼자서 집에 들어가는 날이 잦아졌다.
낮에 운동을 다녀오셨다거나 피곤하셔서 못 나오셨다고 하시길래, 나는 또 응석을 부려댔다.
'할아버지 왜 나 데리러 안 와!'
'몇십 년 했으면 됐지~ 이제 다 큰 어른이 혼자 올 줄도 알아야지!'
'그래도 심심하단 말이야'
집에 가서 징징거리길 반복했던 탓일까, 정말 오랜만에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오셨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잘거리며 올라가고 있는 나와 다르게, 어딘가 모르게 할아버지가 힘들어 보이셨다.
나보다 더 걸음이 빠르셨던 분이신데, 올라가는 길에 자꾸만 앉아서 쉬어가시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벌써 서른이라는 나이를 먹은 만큼, 할아버지의 세월도 많이 흘렀구나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한여름 더운 날씨라, 그리고 단순히 기력이 없으셔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야지.
다음 달에는 보약을 한 재 지어서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