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슬램덩크 '정대만'
OVERVIEW
작년 1월, 슬램덩크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기억하시나요?
슬램덩크는 전 세대를 아우르며 3040에게는 추억을, 1020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가 있죠. 바로 북산고의 '정대만'인데요. 정대만은 무릎 부상이라는 리스크를 딛고 일어선 캐릭터로, 대중의 공감과 응원을 듬뿍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감 가는 캐릭터, 정대만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정대만이 왜 눈길이 가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CONTENTS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입니다. 강백호는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나 재능이 있는, 천재형 캐릭터에 해당하는데요. 이는 소년만화 주인공의 정석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강백호의 성장을 응원했고, 그의 성공에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다 보면 강백호라는 캐릭터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게 되는데요. 무언가 바로 이뤄낼 수 없다는 걸, 나는 천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점차 이상보다는 현실을 쫒게 되기 때문이죠.
어렸을 적의 패기가 현실로 물들어 갈 때, 더욱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정대만'입니다. 정대만은 똑같은 소년만화 세계관에 있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농구밖에 몰랐던 각광받는 천재가 무릎 부상으로 사랑하는 일을 못하게 된 것인데요. 해당 심정을 누구보다 가감 없이 보여주고, 충분히 절망시킴으로써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을 더욱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 끝에서 보이는 약간의 희망은 현대인에게 근거 없는 희망의 말보다 더 큰 위로를 선사했죠.
정대만은 자신의 꿈이 좌절됐을 때, 한없이 방황하고 엇나갔습니다.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실패를 회피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했죠. 우리는 실패를 극복해 내기 위해 자신의 본심을 누르고 위선 된 말로 자신의 실패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정대만 또한 농구를 싫어한다고 자신을 속이며, 상처를 극복해 나갔는데요. 그 거짓된 진실은 은사와 재회하며 드러나게 되죠. 자신의 본심과 마주하게 된 정대만은 자신의 진실된 욕망을 인지하고 다시 농구를 시작합니다.
정대만이 절망과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입니다. 우리는 충분히 방황할 수 있고, 절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정대만은 자신의 전부가 부정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그 방법이 옳다고 할 수는 없었겠지만, 자신의 선하고 여린 본심이 무의식적으로 만든 선을 넘지 않았기에 다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대만이 자신의 본심과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고난을 이겨내기 시작한 용기는 응원받아야 마땅하죠.
무릎에 부상을 입고, 농구를 다시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롭고 무서우며 고통스러운 하루의 연속이었겠죠. 이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외부적 상황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내부적 마음의 충돌 과정으로 길게 묘사되었습니다. 정확하고도 감성적인 서사 전달 방식은 정대만이라는 캐릭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정대만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하게 됐죠. 그럼에도 용기를 낸 결과가 적당한 희망과 함께 제시됐기에, 독자들에게 더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때론 동화 같은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위로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COMMENT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슬램덩크 정대만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데요.
정대만은 사실 이와는 정반대 되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고, 절망했고 고통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용기를 내어 저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해 보실 수 있나요. 누구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남자가 용기를 낸 과정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신선했습니다.
정대만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클 때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트렌드에 맞는 캐릭터인 것이죠. 저는 정대만이라는 캐릭터가 '희망'이라는 감정을 잘 표현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희망이라는 것이, 그렇게 크고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죠. 절망을 극복해 내는 시간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 정대만이라는 캐릭터는 슬램덩크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