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
OVERVIEW
픽사가 선사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인사이드 아웃'을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캐릭터로 만들며 전개된 플롯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자되곤 합니다. 그중에서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다채롭게 묘사되곤 하는데요. 1시간 30분가량의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 마음속에 슬픔이라는 캐릭터가 강하게 각인되죠. 후속작 개봉이 이틀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 중 하나였던 '슬픔이'의 매력을 같이 복습해 봅시다.
CONTENTS
영화 초반부, 슬픔이는 기쁨이의 일을 시시각각 망치는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로 비칩니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슬픔이의 해당 행동은 내심 불편하게 다가갔을 것입니다. 좋아야만 하는 날, 끼어든 어색한 감정이니까요. 이렇듯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초반부에 좋지 않은 인상으로 관객들에게 비치는데요. 저는 이것이 우리가 슬픔이라는 감정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라왔다면 우리는 모두 하나의 감정만을 강요받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쁨'이라는 감정말이죠. 짜증내서도 슬퍼서도 안되고 '행복'해야 옳은 것이라는 잘못된 교육이 우리의 무의식에 깔려있기에 영화 초반부 관객은 자연스럽게 기쁨이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영화 초반부 관객에게 선입견을 강하게 상기시켜 준 것은 슬픔이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 질문을 반복적으로 영화를 통해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은 천천히 영화 속에서 설명되죠.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친구 '빙봉'이 낙담하였을 때, 기쁨이는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합니다. 그러나 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죠. 도움이 된 것은 슬픔이의 위로와 공감이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이 영화에서는 슬픔이 가지고 있는 속도가 슬픔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보입니다. 까칠이, 소심이, 기쁨이, 버럭이 모두가 빼지 못한 행동의 램프를 슬픔이는 간단하게 꺼냅니다. 이는 네 개의 감정모두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 이 네 개의 감정은 억지로 잘못된 일을 제거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그러나 슬픔이는 차분히 램프를 돌려 이를 제거하죠. 슬픔이라는 감정만이 온전히 느려질 수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그 과정 속에서 라일리는 성장했고,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죠. 슬픔이의 진가는 그 느린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슬픔이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인데요. 슬픔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퍼도 되고, 우울해도 되니 이를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것을요. 감정 중에 나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슬픔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영화의 후반부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변함없이 한결같았죠. 바뀐 것은 관객들의 인식과 마음에 불과한 것입니다. 슬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다르게 인식시켜 준 것이 '슬픔이'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더욱더 우리의 마음에 남는 것은 '슬픔이'인데요. 슬픔이라는 캐릭터에 변주를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객들에게 매료시켰다는 것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COMMENT
저 또한 '슬픔'이라는 감정을 불편해왔습니다. 무언가 뒤처지는 것 같고, 망가지는 것 같았죠.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은 '성장'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다가와주었던 것 같습니다. 슬픔 뒤에는 성장이 반드시 따라왔거든요.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사실을 저에게 상기시켜 준 캐릭터라 저에게 더 각별한 캐릭터입니다. 반드시 기쁠 수 없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거든요.
그럼에도 슬픔이 찾아오면, 불안하곤 합니다. 어두움에 잠식되어 삶의 방향성을 잃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영화의 캐릭터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슬픔'이라는 캐릭터는 그 누구보다 주인공을 위하는 캐릭터였죠. 주인공을 망치려는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도 슬픔이 제 자신을 위해 도움을 주는 감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슬픔이라는 감정도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하지만 소중한 감정이 바로 ‘슬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