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한 가지 선물이라도 해 주고 싶었어.
이 글을 가을이에게 바칩니다.
네가 갔어. 일주일 동안 정말 열렬히도 사랑한 네가 갔어. 오늘 아침에 옷 속에서 너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 집으로 만들어준 작은 박스를 들어 올려봐도 아무 미동이 없더라. 설마 했는데 너를 들어 올리는 손에서 너는 차갑게 축 늘어져 있었어. 나는 종교가 없지만 샤워를 하면서 열심히 기도했어. 네가 우리 집 어디에든 똥을 싸도 좋고 쉬를 싸도 좋으니 제발 한 번만 깨어나게 해 달라고, 내게 소중한 다른 것을 빼앗아가도 좋으니 제발 너만 깨어나면 됐다고. 한 시간을 내리 울고 또 한 시간을 훌쩍였어.
네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면, 차라리 얼른 입양을 보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겠지. 차라리 토요일 하고 일요일에 집에서 나가지 말고 너와 시간을 보낼걸, 밥 안 먹는다고 구박하지 말고 한 입이라도 더 먹여줄걸, 네가 울었을 때 더 관심을 가지고 예뻐해 줄걸. 후회도 엄청 밀려왔어. 너를 사랑한다고, 돌보겠다고 말하면서도 나의 관심은 네가 1순위가 아닐 때도 있었거든.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너를 지나쳤던 수많은 아침과 피곤하다는 핑계로, 내일 볼 수 있다는 핑계로 너를 한 번 더 못 쓰다듬어보고 잠든 게 너무 후회돼.
그때 한 번 쓰다듬어주고 자러 갈걸. 오늘 아침에서 차가운 너를 보고서야 그렇게 생각했어. 네가 나랑 함께한 일주일이 즐거웠길 바래. 내가 너에게 먹이를 주고 돌봐준 덕분에 일주일을 더 살고 간 거였으면 좋겠어. 토요일 아침, 내가 집을 나서기 전에 자꾸 운 건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나한테 예쁘고 좋은 모습들만 남기고 가 줘서 고마워.
만약 내가 너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네가 또 죽는다고 해도 나는 또다시 너를 데려올 거야. 네가 나와 함께한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의 어느 일주일보다도 값지고 멋졌어. 나한테 힘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겨주고 싶어서 그때 힘을 내고 걸어 다녔던 거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움직이던 너였는데, 동영상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왜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는 걸까?
너도 내가 계속 슬퍼하는 건 바라지 않겠지? 마음처럼만 되면 좋으련만.
생각해 보니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 이미 죽었는데 무언가를 해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너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어. 너를 기억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너를 잊으라고 하지만 그건 답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나에게 부비적대고, 먹기 싫다고 할퀴고, 내 발가락을 깨물고, 서 있으면 나에게 왔던 모든 순간의 너를 기억하며 이 글을 너에게 바칠게.
가을아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