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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줄 알았는데

<영화 : 주(咒)> 잡담 글

by 정민쓰






짧은 영화 잡담글_<주(咒)>




오호. 장난 좀 치네?











하나의 산업으로서나, 예술로서나 어느덧 영화는 꽤 많은 역사를 쌓아왔다.

유사한 멜로디나 노랫말이 이미 많이 산재해 있는 노래들처럼,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유사한 레퍼런스의 각기 다른 작품들을 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창작이란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 어떤 쇼를 해야 관객들로 하여금 '썸띵 뉴'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음.. 이 영화는 뭐랄까...



크게 희한하지 않은 영화여서 오히려 한 방을 먹었다.

대만의 영화산업이 꽤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뽑아내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청량함 속에서도 특유의 눅눅함이나, 러스티 한 화면느낌에 크게 시청유도가 되지는 않았었다.




단순 킬링타임으로 봤던 이 영화 또한 큰 강렬함 없이 시청했었는데, 영화의 후반부의 '장난'으로 개인적인 평가가 꽤 뒤집혔다. (완전히는 아님)










뻔하다 뻔해



이 영화는 제법 익숙한 레퍼런스를 따르고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같은 관찰카메라 시점이나 '블레윗치' 같은 핸드헬드의 캠코더 1인칭 시점을 혼용한다. 거기에 귀신 들린 딸아이와 일명 '미신타파 동아리'의 수상쩍고 '오컬트오컬트'한 마을 무단탐험 등등, 각종 클리셰들의 스까짬뽕이다.




위의 사항만 나열해도 벌써 시청의 의지가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의 행동은 당위성이 아주 없지만은 않아도, 겁나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말 디지게 안 듣는다. 애당초 누가 봐도 '더 알려고 하면 죽어요'의 상황인 데다가, '저희 마을 엄청 수상하고 위험한 마을이에요 ㅎㅎ'라고 광고를 하는 상황에서도 멈추지않고 인생을 셀프 피곤하게 만드는 주인공들부터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극의 시놉자체를 성립하려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니 어느 정도 차치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 답답함이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많이 느껴봤던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영화 후반까지도 심드렁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화불수일 심살무모....




상술했듯, 분명 보는 동안 나에겐 딱히 별 거 없던 영화였다.

지나치게 많은 러닝타임을 할애한 모성애 코드가 특히 시청의 피로도를 줬다. 그리고 이 영화의 속도감은 지나치게 느린데, 서사를 쌓는 구조측면으로서의 속도감과 별개로 화면에 관객의 눈을 계속 고정시킬 수 있는, 순수히 흥미를 휘어잡는 역량으로서의 속도감은 아쉬웠다. 그리고 '이 연출은 서사를 늘어트리는 한이 있어도 꼭 넣고 싶었다.'라는 감독의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일부 연출도 그랬다. 그래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는 화면은 잘 구성한 장점은 있다.




이 영화는 교차편집이 꽤나 잦다. 난 개인적으로 괜찮게 배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인을 활용하거나, 이 영화의 시그니쳐 포맷인 캠코더나 동영상파일 등을 활용한 연출 및 정보전달용 시퀀스도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앞서 단점을 강조해서 그렇지 오컬트 공포영화의 교과서적인 측면에서는 어지간한 공포영화보다 탄탄한 편이다.




지금까지 말한 걸로만 치면 딱히 이런 사설글을 올릴 이유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이 영화를 이번 글의 주제로 채택한 아주 명확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 기괴한 손동작은 꽤 섬뜩했다.










생각보다 빠따가 좋은 영화




이 영화는 아주 강력한 빠따가 있는 영화이다.

모든 걸 한 번에 뒤집는 빠따. '아 감독이 이거 하려고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한 방이었다. 생각보다 강렬해서 많은 단점이 한순간에 희석되었다. 일부는 한 번에 장점으로 전환된 것 같기도 하다.




내러티브적 한 방이 있는 영화가 으레 그렇듯, 이 영화도 절대로 영화의 평가를 미리 보아선 안 되는 영화이다.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만한 표현이 될까 봐 나 또한 지금 글에 쓸 표현이 제한되는 게 아주 답답하다. 나도 평소에 추구하는 예술관을 이 영화가 잘 보여줘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뻔했던 영화가 한 번에 뻔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특히 시너지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 보여준 시도는 분명히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떠올랐다. 내가 영화끈이 짧아서 그렇겠지만, 대만영화에서는 처음 본 종류의 시도였다.











사람은 원래 반골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근데 적어도 공포영화 속에서는 하지 말란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 생각을 했다가도 말 잘 듣는 주인공이라면 영화가 탄생하지도 않으려나 하는 양가감정도 든다.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감상은, 열심히 그려놓은 그림을 마지막에 찢어버리면서 완성하는 현대미술을 본 감상과 비슷했다. 많은 학습이 된 관객들에게 쉽사리 새로움을 안겨줄 순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창작이란 건 '그것조차 이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도 내 창작관이 한 차원 더 넓어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 꼭 봐라. 강력추천함.'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영화이지만 뭔가 '썸띵 뉴'를 느끼고 싶으면 한 번쯤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나름 무서운 영화이니 나의 후기만으로 너무 가볍게 여기지만은 말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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