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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들을 찾아서

학교 텃밭에서 발견한 보물

by Lizzy Moon

아이들과 함께 학교의 텃밭들을 살펴봤다. 선생님께서는 레드 비트의 잎사귀와 줄기 등 식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질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셨고, 아이들은 동시에 흩어지며 화단을 뒤적이며 레드 비트를 찾아내려 한다. 누군가는 레드비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또 누군가는 이 채소에 대한 개인의 감상을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는 한 뿌리를 발견했고, 손을 가장 예리하게 모아 삽의 모양으로 만든 뒤 줄기 옆 흙들을 조심히 파냈다. 꿈틀거리는 벌레들에 깜짝 놀라고, 있어야 할 자리에 아직은 열매가 맺지 않아 비어있는 레드비트에 당황했다. 하지만 티쳐 Pan은 경험이 많은 노련한 교사답게 미리 마트에서 레드비트를 구매해 오셨다. 그는 실망한 아이들에게 비트를 건네며,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비트를 만지고 관찰하고 향을 맡아볼 수 있길 바라는 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셨다.


아이들은 절구공이를 사용해서 직접 비트를 찧어내며 색을 찾아냈다. 일상에서 비트를 본 적이 있는 친구들도 오늘 처음 경험해 보는 친구들도 모두 신기해하며 내가 준비한 수업 내용에 반응했다. 화단에 있는 모든 자연물들이 우리의 미술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척 흥미로워했고, 특히 레드비트를 갈거나 작은 조각으로 물에 불려두면 아름다운 색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포인트.


교실에서 예술 교육가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어느덧 내게 너무도 익숙해졌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도 여전히 매 순간은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나에게는 삶의 중요한 일부이자 예술가로서 깊은 영감을 주는 귀한 순간들이다.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눈빛과 마음으로 나를 맞이하고, 나는 그들의 순수함과 상상력 속에서 잊고 지낸 감각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내가 어렸을 적, 나뭇잎이나 꽃잎들을 돌로 찧으며 색을 찾던 순간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예술가로서의 첫 프로젝트였다.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고 신기해서 했던 놀이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작은 손길과 호기심을 이어받아 자연에서 색을 추출하고, 식물과 흙, 계절에서 얻은 재료들로 물감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낸다. 일상 속 자연애서 느끼는 감각과 기쁨이 곧 나의 작업이 된다는 걸 학생들을 통해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알아챘다.


그렇기에 지금, 예술가로서 그 어릴 적 기쁨을 내 어린 친구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뭇잎을 찧고, 꽃잎의 색을 관찰하고, 흙냄새를 맡으며 하나하나의 색을 발견해 가는 그 과정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따뜻하게 건네고 이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자신의 손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예술이라는 언어로 그들에게 전했다. 비록 우리는 다른 언어를 쓰지만, 마음의 언어는 같았기에 수업 시간들은 무척 다정했고 즐거웠다.


어린이라는 세계에 언제든 놀러 갈 수 있어, 예술 교육가로서의 삶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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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