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 자리 티셔츠를 판매하는 깜짝 이벤트 매대가 열렸다.
쇼핑을 함께 간 여고 때 친구와 나는 이 천 원으로 두 장이나 되는 옷을 샀다며 신이 났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더 득템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다, 행사장에 다시 가보기로 말을 끝낸 참이었다.
그런데 문뜩 우리의 들떠있는 행동에 의문이 생겼다. 옷을 입으려고 사는 건지, 싸서 고르는 재미로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입을지 안 입을지도 모를 옷을 저렴한 값에 샀다며 좋아하는 우리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행사 상품을 사면서 왜 이렇게까지 좋아할까?’라는 나의 질문에 친구가 한마디 했다. ‘몸이 가난을 기억해’라고 우스갯소리를 내뱉어 서로 깔깔대며 웃었다.
우리가 만나면 여고 시절로 돌아간다. 점심시간에 학교 후문에서 몰래 산 떡볶이 한 그릇을, 우르르 몰려 하나씩 찍어 먹으며 행복하던, 부족했지만 즐거웠던 추억 놀이 같은 걸까? 여하튼 이제는 입지도 않을 저렴한 옷은 그만 사기로 친구와 약속했다.
그 대신 품 질 좋고 몸에 잘 어울리는 좋은 기분이 드는 옷으로 사기로 했다. 옷을 입었을 때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은 물건이 아니라, 기분 좋은 느낌이 드는 옷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자연스레 매대로 향하는 서로의 시선을 발견하고는 또 한 번 깔깔거리며 웃었다.
⟪The having⟫에서 배운 대로, 돈은 돈을 편하게 누리고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끌린다. ‘몸이 가난을 기억해’라는 친구의 말은, 정신 영역의 90%는 무의식적 작용이라는 조셉 머피 박사의 말을 되새길 수 있었다.
오랜 습관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은 돈의 가치관이 결정 한 번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남은 10%의 의식적 노력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몸에 기억될 때까지 알아차리고 노력해야겠다.
우리의 무의식에 받아들인 돈의 친숙함은 마음에 아로새겨져, 돈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 풍요가 다고 오고 있다고 믿어본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을 결정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