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걸어가는 길

서툴더라도 그 길이 행복한 길이 길

by marina


-서툴더라도 그 길이 행복한 길이 길-



물 흐르듯 시간도 그렇게 이유를 달지 않고 무심히 흘러가고 그 시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네요.

그 시간은 거부할 수도 없는 연륜을 쌓아가고 그 과정은 연륜에 얹혀서 서러움도 함께 쌓아가나 봅니다.

감히 셀 수도 없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고희에 가깝도록 흘러왔네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마음이 그에 비례해 무르익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푸른 청춘에 머물기를 원하며 그 시간을 더 구가하고픈 욕구가 크니까 말입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나이에 걸맞은 인품과, 행동과, 그만큼의 경지에 도달해 있기를 요구하며 그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특히 의료기술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건강을 잘 챙기는 삶을 살고 있으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개개인이 적절히 흡수하면서 쌓인 다양한 지식들을 활용하여 체력적으로나 정신적, 정서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세대 간의 여려 격차를 넘나들고 있으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세월의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사회적 책임은 더 가중되어 그만큼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나름대로 합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를 스스로 규정하여 지켜나가는 것이 나름의 역할을 하는 중요 과제가 되겠지요. 여기서 문제는, 생각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인데 그 개념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이나 그간 살아온 경험적 상황에 더 잘 적응하여 정리된 마음보다는 살면서 학습된 것이 우선이 되어 그 의지에 따라 욕심이나 고집이나 자기 확신에 더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무게만큼 마음도 비워지면 좋으련만 그 마음 비워내기가 또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참으로 냉정하게 흐트러짐 없이 오늘도 무심하게 흘러갑니다.

사람의 의지나 행동은 주저함이 있건만 시간의 단호함은 단 1초의 망설임도 허락지 않고 빈틈없이 제 길을 가고 있네요.

시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애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역할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세파에 관여 치도 않고 흔들림도 없이 무심히 흐르는 시간이 어느 때는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세월이 어느 순간, 어느 만큼 흘러가 있기도 하니까요.

영겁의 세월 속으로 내 존재가 희석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연의 섭리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연해질 수 없는 것이 또한 사람 마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아직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인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펼쳐질 시간일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가 걷는 길이 매일매일 익숙한 길인 듯이 보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한 곳을 향한 한결같은 길이지만, 그 길을 걷는 이들의 이야기는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펼쳐진 길 이겠지요.


우리의 젊은 날은 젊음이 그렇게 좋은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주어진 시간들이 당연함이고 그 시간들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개념보다는 살아내기 바빠 그 소중함을 인지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노년의 시간이 되고 보니 그 푸르렀던 시간들이 또 그렇게 그립고 아쉬운 시간들이 되네요.

약해져 가는 체력과 외로워지는 환경과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평정심을 잃게 되며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되는 날이 가끔은 생겨서 일까요.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네요.

굳건했던 젊은 날의 마음에도 어느새 세월의 무게가 가라앉아 버겁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 걷는 길이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자책도 많았으며 타임머신의 실행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봤지요.


시간 여행 안에서 아쉬운 일들을 해결하고 수정하여 건실한 우리 삶의 실현을 꿈꾸기도 했어요.

아마도 자책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실현시키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나태함, 부족함과 어리석음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후회의 정점에서 우리 자신을 괴롭혔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간은 자신을 갉아먹는 시간이 되어 인생 전반에 걸쳐 도움이 되지 않았죠.


지난 시간에 대한 애증을 생각하며 후회한 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겠어요.

시간은 쓰기 나름인데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어요. 그도 지나 놓고 보니.


자신을 자책하는 시간에 돌아보며 성찰하고,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고, '잘할 수 있다. 잘하고 있어' 격려하며, 그릇되고 잘못된 내 반복의 역사를 고쳐나가면 되었을 것 처음 걷는 길에 완벽을 꿈꾸지는 않았을 터인데 너무나 부족한 우리 자신들이었던 것 같아요.


인생은 짧은 것 같지만 그리 짧지도 않고 긴 것 같지만 또 그다지 길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우리가 걸어 나가는 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가 우리 자신을 더 설레게 하지 않겠어요.

어찌 되었든 세월 따라 변화하는 내. 외면의 모습에 허무를 느끼는 老시절이지만 순리라 인정하고 마음만은 푸르게 청춘이라 생각하며 젊은 날의 굳센 의지는 변화의 범위 안에 넣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늘도 처음으로 걸어가는 길이 선구자적 역할을 하겠지만, 움츠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활기차게 걸어가 볼 생각입니다.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돌아보며 걸어야겠지요.

다시는 오지 않을 우리의 길이잖아요.


오늘 걷는 이 길이 하루하루 이어져 기쁨이 충만한 행복한 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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