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뜨락에 서다(2)

일상탈출 가족여행

by marina


-일상탈출 가족여행-



군산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여행 2일 차 숙소로 변산자연휴양림에서 약 40여 km 떨어진 거리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주변의 볼거리를 즐기더라도 입실 시간에 맞추려면 넉넉하게 여유가 있는 시간이라 점심때가 되기도 하여 식사를 먼저 하기로 정하고 주변의 맛집을 찾아 맛난 음식을 먹고 마침 군산의 대야시장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 장날 구경을 하기로 한다.


햇빛은 곱고 바람은 신선하고, 커피 맛은 깔끔하고, 웃음은 풍성하고, 마음은 행복하고, 달리는 도로는 한산하고, 여러 조건이 합을 이루니 즐겁고 편안한 여행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여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끌어안고 달리니 어느새 군산 대야 시장에 도착!


군산 대야 오일장은 1, 6, 11, 16, 21, 26일로 장이 서며 비교적 큰 장이라서 인지 길게 늘어선 물건들이 꽤나 넓게 펼쳐져 있으며 과일부터 각종 채소, 고추, 생선, 버섯, 견과류, 호떡, 찐빵, 여러 종류의 화초들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전시되어 있다.

저녁이 가까워진 시간이라서인지 사람들이 그리 붐비지는 않아서 여유가 있었기에 필요한 소량의 물건과 과일을 손 손 가득히 사들고 달콤한 호떡 한 개씩을 컵에 들고는 신시도 자연휴양림을 향해 직진, 시간은 4시를 향해 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묵을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고군산도 24개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경관 또한 아름다우며 볼거리도 풍성해 힐링 장소로 더없이 좋은 조건의 섬인데, 여기에 조성된 자연 휴양림에서 여행 2일 차 시간을 우리가 보내게 된 것이다.

얼마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게 될지 도착 전인데도 설렘이 가득 차 오는 게 여행의 묘미를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굽어진 길을 돌아서 신시도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니 시간은 3시 50분. 우리 숙소는 하현달 201호.

한껏 부푼 기대감을 안고 계단을 올라 숙소로 들어서니 넓고 깨끗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오며 넓은 베란다 창을 통해 펼쳐진 바다가 시야를 꽉 채워 탄성이 저절로 나옴을 막지 못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서너 개의 섬들과, 아직도 고운 햇살을 품고 있는 드넓은 바다와, 정적을 깨는 바닷물 소리와, 내 마음이 콩닥거리는 감동의 물결이 한 조화를 이뤄 미동도 없이 그들을 바라본다. 그 환상의 풍경들에 스며들어 동상이라도 된 듯이.


숙소에서 대충 짐 정리를 끝내고 우리는 휴양림 내부에 있는 태양전망대로 발길을 돌리며 낙조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태양전망대위에서 일몰시간을 기다린다.


서서히 내려앉는 해는 하늘에 아름다운 노을빛을 뿌리며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소리에 대적하며 우리는 아름다운 빛깔들의 잔상을 잊지 않기 위해 연방 사진으로 추억을 그려낸다.

자연의 멋진 형상들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여러 팀의 플래시 불빛이 쉼을 잊은 듯 연속적으로 찰칵 소리를 내며 멈춤이 없다.



밤바다는 고요하다. 바람의 선동이 없으면 잔물결만 일 뿐 요란스러운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창을 닫았음인지 바람도 잦아진 듯 바다 물결도 모처럼의 고요를 즐기는 듯 적막하다.

어둠이 그들을 잠재우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우리는 아직 잠들지 않고 그 고요를 깊은 마음으로 즐긴다.

시간을 거스르지 않기에 밤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그 밤은 피로를 풀어내는 시간이지만, 오늘 우리는 그 시간에 웃음과 즐거움으로 피로를 풀어낼 것이다.

십이지 놀이에 빠지고 스펙터클 한 스릴러 영화를 가슴 조이며 보면서.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우리의 의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새벽녘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든 우리는 날이 밝아온 새벽 시간이 되어서야 잠을 깼다.

아쉽게도 바닷물이 어느 정도 빠져나간 상태라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아침에 파도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퇴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빨리 움직여야 한다. 몸을 씻고 아침 커피를 마시며 짐 정리를 한다.

어제 사온 맛있는 빵으로 간단 식사를 하고 휴양림 내를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시간이 벌써 10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시간은 혼자 성급히 가지 말고 우리랑 보조를 맞춰 동행하면 좋으련만 고집도 세고 막무가내라 조정할 도리가 없는 것 같아 우리가 그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내 고집도 있기에 사진은 필히 찍어야 하며 웃음은 그에 당근 맞춤형이다.


벌써 2박 3일의 여행은 오늘로 끝이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더듬어 생각해 보지만 아쉬움은 짙게 남고 그 시간들은 이제 추억이 되어 내 삶의 여정 속에 기쁨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좋은 날들을 기억하기 위해 신시도 자연휴양림에 우리의 발자국을 꾹 찍는다.


태양 전망대에서 낙조를 보기 위해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일몰의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본 것이 오래도록 기억 남아 다시 그 그리움으로 신시도 자연휴양림을 찾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태양 전망대



< 멋진 사진 컷 장소 신시도 자연휴양림




숙소에서 바라본 신시도


집으로 향하는 길은 그 또한 즐거움이 되기는 하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내 집이 가장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니겠는가.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이라는 노래가 있듯이.

매일 여행으로 채워지는 길이라면 그 또한 피곤함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우리 집이고 중간 목적지는 '솔뫼성지'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조금만 비껴서 가면 솔뫼성지가 있으니 필히 들려야 할 순교 성지 아다.


신시도 자연휴양림에서 나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지역의 맛집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고 지역의 유명 빵집인 이성당에 들려 맛있다고 소문난 단팥빵과 야채빵을 꽤 많이 샀다. 빵을 좋아하기에 사야 하고 소문난 빵집의 빵은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즐거운 가족 여행만큼이나 푸짐한 먹거리의 챙김에 마음이 더욱 풍성해짐을 느끼며 다음 목적지로 출발.

솔뫼성지 도착이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 로마 가톨릭 교회 사제인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기념관과 성당도 있으며 피정의 집도 있어 기도와 묵상을 통해 신심을 더 굳게 다질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성당 앞 석상에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집'이라는 글귀이다. 이는 교황님 방문 기념으로 만든 석상이라는데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한 글귀라서 성당 안에서 그 깊은 뜻을 생각하고 기도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정리하였다.


사람의 감정은 참으로 오묘하여 얼마나 많은 매듭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동안의 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다 보니 집에 일찍 도착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출발하는 시간이 5시가 넘어서 커피를 사 들고 급히 차에 오른다.



어둠이 내려앉고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하려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차는 막히고 차량 행렬은 줄지어 서 있어 아차 싶었지만 어찌하랴 하늘을 날아갈 수도 없으니 흐름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흐름을 거스르려면 다시 자연휴양림으로 가야 하니 되는대로 갈 수밖에 없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서행은 시간을 맘껏 부리고 한숨은 쪼끔 밖으로 고개를 내밀려고 하는데 서행이 조금씩 풀리며 제 속도로 가기 시작한다.

기왕 늦은 거 이번 여행의 마지막 고속도로 휴게소를 그냥 지나치면 실례가 되는지라 들어가 저녁식사를 하고 역시나 빠질 수 없는 호두과자와 커피를 마시며 집으로 행진.

와 드디어 집에 도착하다.


신발을 벗기도 전에 '아무리 좋아도 우리 집이 최고야'로 아쉬움이 없는 듯이 식구들을 웃긴다.


우리 가족이 다녀온 가을 여행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고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 앞에 있으니 여독을 풀기 전 짐 정리는 필히 해야겠지. '다음 여행은 언제 가려나' 생각을 하며 '행복한 시간이었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웅얼거린다.


가을날의 가족여행은 언제나 옳은 선택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