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벗이여

깊어가는 너의 시간에 잠시만

by marina


-깊어가는 너의 시간에 잠시만-



사계(四季)중 가장 특색 있고 다양한 색깔 옷으로 갈아입으며 너의 고상한 품격으로 너만의 계절을 구가하는 멋진 네 모습을 바라보면 내 마음은 언제나 설레곤 했어.

너를 한없이 갈구하며 네 안에 머물기를 바라는 변함없는 내 마음은 아마도 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너를 사랑한다. 나의 이 간절한 사랑을 받아줄래?'


나를 닮은 너이기에, 너를 닮아가는 나이기에 달아오른 마음이 더 애틋하게 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오늘도 네 품격 있는 향기와 거친 너의 숨결이 내 마음에 짙게 전해져 오고 있어 내 심장은 오늘도 역시 너를 향한 설렘을 멈추지 않는구나.

생각해 보면 너의 품은 언제나 양가감정을 지닌 깊은 외로움이 숨어있는 것 같아 내 마음도 그 깊은 외로움에 동화되어 퐁당 빠져들기도 한다.


여러 색깔의 미묘한 아름다움과 순간이라 짚을 만큼의 화려함,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 같은 고독함, 그리고 애처로운 마음이 공존하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너를, 너의 내면을 폭 감싸고 있어 네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그건 아마도 네 마음과 내 마음이 이어져 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너의 그 마음 빛깔을 선호하고 그 색깔의 옷을 무심히 걸치고 있음 때문인지 그 외로움의 실체를 마음으로 그대로 느끼며 너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생각들의 집합체로 귀결되는 내면의 수만 가지 복잡함으로 인한 헝클어지고 지쳐버린 마음, 그러함에도 기대와 설렘을 내려놓지 않고 따스함을 색감으로 빚어내려는 마음, 그 마음들이 다 나의 내면에 포진하고 있어.

희한한 건 네 내면의 그 아름다운 화려함이 외면으로 절대 드러나지 않고 절제된 미를 완성시킨다는 것이고 내면의 고독한 외로움을 외부로 절대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숨기려고 해도 숨겨질 수 없는 허망함을 완벽히도 감추고 있는 그런 의미의 네 아픔, 난 그걸 가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러니까.

어쩌면 그래서 더 상흔이 깊어지고 삭히지 않거나 떨치지 못하는 외로움이 자리하는 건 아닐까 그리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하므로 너를 더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해.


계절이 막바지로 접어들면 넌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지.

정리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가감 없이 드러내며 매듭을 지어가는 것 같다.


오색의 화려한 잎들도, 계절의 풍성한 열매들도, 깊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한 점 적을 두지 않고 그저 늘 겪어내던 계절의 향기들이 내 것이 아닌 양 미련 없이 나뭇잎을 떨구어 낙엽을 만들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깊은 탄성의 소리를 견뎌내며 그렇게 너의 시간들을 내려놓곤 하지. 그리고 떠날 때는 바람 한 점 안 남기고 초연한 듯이 사라지지만 새로운 날의 만남을 의연히 묵약하는 너의 숨결은 계절 안 어디에서인지 자연의 그 흐름을 따라 지키며 기다림의 미덕을 쌓아가리라 생각한다.


네가 없는 시간이 나에게는 어떤 시간들로 자리매김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계절에 적응하여 지내다 보면 너를 잊기도, 사무치게 그리워하기도 하며 네 존재의 소중함을 새롭게 알아 네 마음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기도 한단다.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기다림의 한계를 느끼면 느낄수록, 난 더 너와의 친밀한 동행의 길을 걸어가리라는 믿음이 생기며 친애하는 벗이 없는 그 시간도 잘 견디고 버텨낼 것이라는 나만의 다짐도 하는 것 같다.


친애하는 벗이여!

그대와 나 우리 다른 계절 안에서 각기 머물더라도 서로를 사랑하는 그 마음 변치 않고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의 우리가 되어 정겹게 만나자.


그대의 계절에 다시금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약하며 친애하는 나의 벗 가을,

잠시만 안녕!


깊어가는 너의 시간에 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