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취하여
'우르릉 쾅쾅' 우렁찬 천둥소리와 섬광이 내리꽂는 무서운 번개와 억수같이 내리퍼붓는 세찬 빗줄기와 밤새 간간이 '놀다 자다'를 반복하다.
자연의 몸짓과 소리는 사람 심 저(心 底) 깊이 잠재되어 있던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심히 자극하여 지나간 시간을 되짚게 하고 자아 투시 능력을 끌어내어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오늘의 나에게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무거운 세상사에 여백과 위로를 주는 자연의 토닥임인 듯 자잘한 추억의 파편들이 그 빗소리를 타고 조심스레 내게 다가와 미묘한 감정 복합체를 구성하며 젊은 날의 풋풋한 청춘을 흔들어 깨우니 잠은 달아나고 젊은 날의 청춘놀이라서 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니 놀 수도 없었도다.
흐릿한 기억의 표상이 아닌 선명한 색감으로 뚜렷하게 이입되어서.
소리의 마법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년의 밤에 푸릇푸릇하였던 청춘의 시간을 생각하게 함은 얼마나 '쿵쾅쿵쾅' 장대 빗소리만큼이나 설레는 심장소리를 느꼈겠는가.
싱그런 추억은 역시나 퇴색하지 않는 마음같이 푸른 날을 공유하고 함께 걸으며 늙는 마음을 허용하지 않고 늘 '푸르다푸르다'를 세뇌시키나 보다.
밤이 깊어가고 빗소리 또한 조절 강도를 높이며 하루에 내려야 할 비의 양을 측정하고 왔음인지 '세다 약하다'를 반복 조절하며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천둥과 번개는 그 존재의 엄중함을 과하게 표시하며 둘이서 쿵 짝을 맞추는 듯 신나게 소리쳐대며 밤의 적막한 공간을 휘어잡고 논다.
과격한 비가 쏟아져 내리는 어두운 밤을 즐기며 청춘의 길을 드문드문 더듬어 걷는 노(老) 소녀는 자연의 변화무쌍한 놀이터에서 그들과 함께 밤새 푸른 숲을 거닐며 놀다가 여명을 맞이하여 그 싱싱한 청춘놀이를 멈추다.
오늘같이 세찬 비가 쏟아지던 그 너른 교정에서 머리를 곱게 땋은 교복 입은 여릿한 소녀는 온통 비를 맞으며 감성놀이에 수업시간도 잊었었는데, 그 소녀의 모습은 여전히 해맑게 미소 지으며 오늘도 푸른 날에 머물러 있고, 세월의 무게가 얹혀 오늘에 머무는 그 소녀는 노 소녀가 되어 푸른 날을 그리워하며 청춘의 숲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강력한 자연의 소리를 무기로 삼아 잠도 잊은 채.
비록 달콤한 잠은 놓치고 밤을 낮처럼 하얗게 새웠지만 내 젊은 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잠에 대한 아쉬움은 순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박력 넘치고 촉촉한 낭만이 스며드는 푸른 밤을 앞으로 종종 즐기며 소리의 마력이 존재하는 자연의 숲에 격하게 반응하여 꿈과 이상이 드높은 푸른 그 젊음의 시간을 서슴없이 싱그럽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늘 여명이 터오는 이 새벽에 새롭게 한다.
마음은 언제나 푸르고 푸르니 늙지 않는 마음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