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그 바닷가

또 다른 사랑을 느끼다.

by marina

-또 다른 사랑을 느끼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오던 어느 날의 정동진 바닷가는 자연이 빚어내는 강력한 위세로 인하여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고 초록빛 바다에서 격정의 물결이 먼바다로부터 물 산을 이루며 바람과 더불어 거칠게 몰아쳐 와 모래밭에 하얀 그림을 휘갈기며 부서지고 있었다.

그 강렬한 형상을 그와 더불어 바라보며 즐기고자 바람과 맞섰으나 매서운 바람이 내 마음을 세차게 훑고 지나가기에 순간 마음의 기세가 꺾여 돌아서며 발걸음은 재빨리 바닷가 주변 카페 문을 향해 줄달음친다.


미풍에 잔잔히 밀리는 바다 물결소리를 들으면 그 음률이 로맨틱한 영혼을 한껏 흔들어 놓아 그와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무어라도 다 품을 것 같은 그 너른 품의 시원함과 경쾌함은 일상의 모든 걱정과 번뇌를 다 거둬 가곤 하는데 그날의 바닷가는 도저히 그곳에 서 있는 나를 허락하지 않으려 한 것 같았다.


마치 밀회의 순간들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더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주저하는 나를 흔들어 대고 밀어내며 격정의 순간들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햇살이 내려앉은 초록빛 바다를 바라보면 볼수록, 바람과 파도의 잔잔한 속삭임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 삶의 한 부분은 알곡이 채워지듯 충만해지고 페이지 페이지마다 쌓이는 예쁜 추억들은 수평선의 알지 못하는 푸른 꿈과 함께 내 기억 속에 차곡차곡 저장되는 즐거움이 있기에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푸른 숲과 웅장한 계곡의 물소리만을 여유로운 쉼터로 생각하며 지극히 사랑하던 나에게 일어난 커다란 마음의 변화는 또 다른 아름다움도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기회로 인하여 심취의 절정을 그에게서도 느꼈었던 어느 날이었다.


요즈음은 이따금 씩 여행이 고파지는 날이 오면 바닷가의 아름다운 추억들 하나씩, 둘씩 꺼내어 기억하며 다시 찾을 즐거움에 마음 설레하고 있다.


그 빛나던 기억으로 다시 그 바닷가를 찾아 행복한 재회를 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정을 다해 내 삶의 멋진 그림을 그려내야겠지.


정동진 그 바닷가의 파란 물결과, 특유의 향을 지닌 그 독특한 바람과, 포말 지며 은빛 모래알에 흩어지는 허무한 파도의 슬픈 운명과, 침묵 속에서 희망의 꿈을 키우는 푸른빛의 비밀스러운 그 수평선을 오늘도 변함없이 그리워하며 그들에 대한 사랑을 재 점검한다.


훗날 우리의 재회는 격정의 시간이 아닌 햇살과 바닷결의 고운 만남이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기를 기도하며 행복한 만남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또한 기도한다.


2019.2.5일 정동진 바다 (1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