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니 예쁘다
우아한 자태에 여린 꽃잎들이 여럿 모여 무리를 이루는 짙은 청보라 빛깔의 섬세한 꽃 수국!
어쩌면 청보라 빛 마음을 품은 수국이 아닌, 짙은 파랑 빛깔의 푸른 마음을 품은 수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색깔의 정의가 아리송해지기도 하지만, 그의 강렬하고 우아한 매력에 빠져든 나는 지난봄 그가 초록의 여린 꽃잎을 열어갈 때 그를 바라보며 진하게 눈 맞춤을 시도했었다.
마치 그를 새롭게 보아 사랑하게 된 듯이, 나의 마음이 그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듯이.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각종 화초들을 집안에 들이고 가꾸며 꽃이 모양을 갖추고 꽃봉오리가 되어 한 잎씩 꽃 잎을 열어갈 때마다 그 경이로움에 마음이 동하여 보고 또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곤 한다.
나눌 수 없는 대화임에도 그 마음과 내 마음을 이어 소통을 시도하며 순간순간의 벅찬 감정과 기쁨을 즐기곤 하는데, 그 수많은 꽃과 마음 교류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꽃 수국과는 교류 자체를 한 적이 없고 근접해 있지도 않음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의 실체도 느끼지 못하고 일부러 찾아 취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열어가는 그의 꽃잎을 어느 정원에서 보았을 때 그가 내 마음에 사랑을 품고 내려왔음인지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그리하여 그를 나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국 꽃은 산성이나 중성 알칼리성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색깔도 여러 빛깔로 변한다는데 그 색의 다양성은 보는 이마다 선호도가 다른 것 같다.
초록빛 아기 꽃잎부터 시작하여 각자의 환경 여건에 따라 옅은 보랏빛 꽃잎에서 짙은 청보라 빛 꽃잎까지, 연분홍빛 꽃잎에서 짙은 분홍빛 꽃잎까지, 짙은 하늘빛 꽃잎에서 연 하늘빛 꽃잎까지, 흰색 수국 꽃잎, 그리고 또 다른 빛깔 꽃잎의 다양성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돋보이는 꽃 수국의 무리들, 이들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러 빛깔로 유혹하고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의 희망의 꽃을 키워 나가도록 하는 것 같다.
수국의 초록 잎에서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기다리다 보면 집으로 수국 꽃을 들일 때의 꽃 빛깔을 그 이듬해에도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인가 아니면 원하는 색깔의 꽃이 아닌 다른 빛깔의 꽃으로 변신하여 피어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선호하는 빛깔의 수국 꽃을 손님으로 들일 때의 토양의 성질이 변할 수도 있기에 우려하는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이왕이면 나의 마음이 원하는 빛깔이 내게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어찌 되었든 내 뜨락의 수국은 지금 잎을 다 떨구고 있으나 겨울을 잘 이겨내고 있고 간간이 수분을 섭취하며 한두 잎 남은 색 변한 누런 잎사귀를 버리지 않고 잘 관리하고 있다.
그의 시간이 오면 잎은 푸르게 돋아날 것이고 꽃을 피우기 위한 그의 작업은 열정으로 인해 순수하기도, 강렬하기도, 아름답기도 한 꽃이 피어날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그의 순수한 작업은 시작되려니 한다. 이미 긴 시간 동안 그의 열정은 시작되었거니 하기도 하지만.
내가 애정하는 짙은 청보라 빛깔 수국 꽃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화사함과 우아함이 내 마음속 잠재된 소녀 감성을 톡 건드려 시적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수줍은 듯 하지만 밝은 미소와 매력에 견주어 볼 때 꼭 있을 것 같은 그 만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무취 무향의 순수한 그 수국이로다.
그 빛깔과 지고지순한 듯한 그의 모습만으로도 수국 꽃은 너무 어여뻐 그 향기를 애써 그리지는 않으리.
그대 꽃 수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