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모든 고통의 주범
삶이 언제나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하는 바램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아니 수십 수백 번 하지 않을까 싶다. 괴로운 일들이 연달아 이어지기라도 하면 행복은 고사하고 그저 무탈하게만 살고 싶다고 빌게 된다. 신을 믿는 사람이든, 신을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누구에게 비는지 모를 원을 빌어보곤 한다.
고난과 괴로움은 왜 삶에 더 많은 영역을 지배를 하고 있을까? 왜 더 깊은 세포까지 찌르는 것일까.
그 고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끌어모아 버티고 있는 걸까.
아마도 사랑일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별의 고통도, 실패의 좌절도, 배신의 쓴맛도.
외로움의 허망함도. 결국엔 사랑으로부터 온다.
무슨 말이냐면 사랑한 만큼 이별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기대한 만큼 실패의 타격이 강했을 것이며, 누군가를 믿고 기댄 만큼 배신의 맛은 더 씁쓸했을 것이란 말이다. 외로움이야 두 말할 것 없이 사랑이 원인일 테고. 우리가 그것들을 대할 때 진정 사랑으로 대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 괴로움이 증폭되는 것이다.
지금 자기 자신을 떠올리거나 느껴보시라. 자신의 허점이 보이거나 어딘가 미운만큼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는 만큼 우리는 더욱 채우고 붙들려고 한다. 그니까 애초에 사랑은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자 가장 잔인한 감정. 내면의 나와 외면의 내가 일치하지 않는 날이 있는 것처럼 사랑도 다각면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이 고통인 것은 사랑이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다른 얼굴로 사랑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