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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Sep 23.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10)

(인도살이 4 - 인도의 도로는 함께 이용해요)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활짝 열 때,

창밖의 낯선 풍경을 바라볼 때,

한국어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

인도인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볼 때마다 느낀다.


'여기 한국이 아니구나. 맞다. 인도였지'


익숙함과 평온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새롭고 낯선 환경들이 어색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고,

이방인으로 겉돌고 있는 나에게

한국에 있는 부모님, 친구들, 지인들의 연락은

위안 된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면, 대부분 같은 질문을 한다.


"인도, 어때?"

"아이 학교까지 멀지 않아? 얼마나 걸려?"


"음... 날씨는 덥지 않아서 생각보다 좋은데,

교통 체증이 심해. 출퇴근 시간 차가 많이 막히고,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학교까지 5Km 거리인데,

20분 넘게 걸려"


한국에서 오는 연락에 답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인도의 교통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인도 교통 상황이 놀라운 건 사실이다.  

인도의 도로는 사람과 자전거, 마차, 리어카,

오토바이, 오토릭샤(자동 인력거), 경운기, 트랙터 등

모든 교통수단이 함께 이용한다.


여기에 소와 염소, 말,

인도의 많은 동물 역시 도로를 이용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


힌두교에서 소는 모성과 생명의 상징이라서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하게 여기고,

도로에서 소를 만나면 자동차가 기다려준다.

그만큼 인도인들은 소나 다른 동물을 존중하면서

공존하고 있는 게 인상 깊은 부분이다.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인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동물과 사람, 모든 교통수단이 도로를 동시에 이용하는

인도의 교통 상황은 경이로움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차선은 희미해서 잘 지켜지지 않고,

역주행하는 차나 오토바이도 많아서

언제나 사고의 위험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서 더 아슬아슬한 건,

꽉 막힌 도로 사이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오른쪽 발은 언제나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차를 오래 타는 게 힘들다.



그날도 친한 동생에게

인도 교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차선도 없고, 신호도 지키지 않고,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나 차도 많다는

나의 푸념은 이어졌다.


스무 살에 혼자 인도 여행을 했던 동생이라

누구보다 내 상황을 잘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얘기가 길어지고 있었는데, 


"언니 얘기를 듣다 보니까,

20년 전에 여행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난 그때 여행자라서, 소가 도로를 지나가는 모습이나

동물이 지나갈 때까지 자동차들이 서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왔고,

신기한 문화로 받아들여졌어"


동생은 나의 불평에

본인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인도를 봤기 때문에

모든 게 신기했고, 난 여기에 살고 있어서

불편했을 거라고 위로하통화를 마쳤다.


동생과 긴 통화를 끝낸 후에도

'여행자의 마음'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낯선 땅 인도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는데,

내가 잊고 있었구나.


인도는 빠른 속도로 산업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서 기회의 땅이라고 한다.


어쩌면 빠른 변화의 속도에

시스템이나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변해가고 있을 텐데,

내가 이상하게만 바라본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래, 여행자의 마음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인도를 바라보면서 살아보자'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래도 사고 위험이 있으니까

도로에서 차선이랑 신호는 지켜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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