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 18 - 봄이 오나 봐, 색의 축제 홀리 )
한국에는 3월에 내린 폭설로
출근대란에 안전사고,
하늘길까지 모두 마비됐었다는 뉴스를 봤다.
지금 내가 있는 인도는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서고 있고,
40도를 향해서 쭉쭉 올라가고 있다.
난 얼마나 더워지려고 이러는지 걱정인데,
한국은 3월의 폭설이라니, 생경하다.
그리고 인도는 봄을 맞이하는 축제로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궈졌었다.
3월 14일, 인도에서는 디왈리와 함께
인도의 가장 큰 축제인 홀리(holy)가 열린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는
인구의 약 80%가 힌두교를 믿고 있고,
홀리는 힌두 신화에서 유래한 축제이다.
힌두 신화를 기념하는 종교적인 의미도 있고,
비옥한 농토와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봄이 오는 것을 반기는 풍습에서 시작돼
서로 여러 색깔의 가루를 묻히면서 즐기는 축제라고 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홀리 기간에는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로 구분되어 있던
카스트 제도가 모두 허물어지는 시간이다.
그만큼 인도에서는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가 홀리이다.
홀리는 새 계절을 맞는 기쁨을 색으로 표현하는데,
이렇게 학교나 아파트 단지,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가루와 물감을 서로에게 뿌리면서 춤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홀리 기간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물풍선이나 물감에 온몸이 젖는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옷은 버려도 되는 흰 옷을 입고,
원하는 홀리 축제를 찾아가는 게 안전하고 좋다.
우리 가족은 안전하게 아파트 홀리 축제에 참여했다.
전야제는 나무를 태우면서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시작하는데,
나무에 기도를 드리고, 색깔 파우더를 뿌린다.
이 색깔 파우더는 굴랄(Gulal)이라고 부르는데,
쌀가루나 옥수수 가루 같은 곡물 재료로 만들어서
가루를 몸에 뿌려도 해롭지 않다고 한다.
홀리 전야제를 이방인들이 신기하게 보고 있으니까
인도인들은 가까이 와서 해보라고 권하면서
색깔 파우더가 담긴 쟁반을 건네줬다.
쟁반에 담긴 여러 색깔의 가루를 나무에 뿌리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인도 문화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3월 14일 홀리 당일은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서로 색깔 파우더를 묻히고
물을 부으면서 흥겹게 노는 게
인도의 색의 축제, 홀리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홀리 행사가 열렸다.
주니어들은 물총에 물감을 가득 담아서 놀았고,
시니어는 꽃과 과일로 흰 옷에 염색을 했는데,
결과물이 좀 아쉬웠다.
차라리 신나게 물총 놀이를 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렇게 새로운 봄을 맞는 인도의 홀리는 끝났고,
빛의 축제 디왈리나
코끼리신을 기리는 가네샤 차투르티보다
조금은 더 대중적인 느낌이라서 홀리 축제가 좋았다.
다만, 홀리 축제 기간 인도 여행을 생각한다면
얼굴이나 옷이 물감 범벅이 될 수도 있다는 것과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축제 현장에서는
치안 문제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내년 인도의 홀리는 또 어떨지,
올해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즐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