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 19 - 이번엔 유리창이 깨졌어요)
사람이 살아가려면 의식주가 모두 중요하지만,
단정한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이다.
신축 아파트가 아니어도 괜찮고,
넓은 면적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안전하고 깨끗하고 단정하게
집을 정돈하고 사는 게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하지만, 인도살이는 집을 구하는 것부터
거주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아니 너무 어렵다.
이사를 하는 날은
한국과는 다른 이사 시스템이나
용량이 큰 한국의 가전을 설치하는 게 어려웠고,
이사 후에는 위층의 공사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아파트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 인테리어까지 모두 끝내야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만,
인도는 외부 건설만 끝나면 입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입주자가 결정되면,
집에 사는 사람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를 시작한다.
언뜻 생각하면, 그 집에 사는 사람에 맞춰서
내부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서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문제는 입주 후에도 곳곳이 공사 현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윗집은 23층과 24층을 복층으로 만드는
다른 집보다는 큰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집 천장에 구멍이 났고,
누수도 생기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21, 22편 참고)
그래도 2월 말이면 큰 공사는 끝난다는 말에
우리는 소음을 참으면서 살고 있고,
공사 소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놀라운 사건은 또 벌어졌다.
아이의 학교 방학에 맞춰 잠시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닫는 순간
무언가 깨지고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거실 유리창이 깨져 있었고,
현관문을 닫는 소리에 나머지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깨진 유리 파편은 거실 끝의 식탁 자리까지 있었고,
거실 유리창이 깨지던 순간이 그려지면서 무서웠다.
만약 우리가 여행으로 집을 비우지 않았다면,
내가 그 순간에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소름이 돋았고,
너무 놀라서 깨진 유리를 치우지도 못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유리 보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섭고, 머리가 멍해졌다.
다행히 그 자리에 남편이 같이 있었고,
관리소 직원들이 와서
대형 청소기로 유리 파편을 청소해 줬고,
위층 공사 현장을 올라가서 확인하니까
역시나 거실 베란다에 큰 돌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거실이 뚫린 채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거실 유리창 상태를 살피려고
건설사와 관리소 직원들이 집에 방문했다.
역시 유리창 파손은 위층 공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유리를 교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유리를 발주하고 배송을 받으려면
3주가 걸린다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알아 들었나? 다시 물었다.
다시 물어도 3주가 맞았다.
한국이었다면 하루면 가능한 유리 교체가
인도에서는 3주나 걸린다니, 기가 막혔다.
그리고 인도의 3주는 1달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이다.
방문 약속 시간이나 공사 일정에 대한 약속이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분명 1달 이상 거실 유리창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전 문제나 외부 소음, 먼지...
어찌해야 할지 머릿속이 캄캄해졌고,
당장 유리 파편이 남아 있는
유리창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당장은 임시라도 유리창을 막아놔야 할 것 같아서,
임시 보수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직원 2명이
큰 박스를 들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과연 임시 보수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지켜봤더니
박스를 유리창에 맞춰 잘라서 테이프로 붙이는 게
인도의 임시 보수 작업이었던 것이다.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가져온 박스가 너무 무거워서
투명 스카치테이프가 자꾸 떨어진다며
직원들이 돌아갔다.
결국 우리가 직접 시트지를 사 와서
안쪽 유리창에 붙이는 걸로 임시 보수 작업을 했고,
인도인 집주인은 우리 걱정과 달리,
건설사가 보수 공사를 잘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10일 안에 유리 보수가 끝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현시점 15일이 지났지만,
유리창 보수 공사는 아직 되지 않았고
여전히 10일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만 전해왔다.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누수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거실 유리창까지 깨지다니...
왜 매번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날까?
그 와중에 4월 14일은 인도 자이나교 창시자인
마하비르의 탄신일을 기념하는 자얀티였다.
유리창이 없는 우리 집에서는
자얀티 축제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고,
쿵짝쿵짝 음악 소리에 우리 집이 클럽이 된 것 같았다.
화가 나더니, 나중엔 눈물까지 났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호텔로 이동하는 방안부터
이사를 하는 것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다.
집주인과 부동산, 회사와 함께 얘기하고 조율 중이고,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다.
해외에서 집 구하고 사는 게
어렵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천장이 뚫리고 유리가 깨지는 일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우리가 집을 잘못 구한 것인지,
별별 생각이 다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집을 구할 때,
우리 같은 피해가 없으려면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나의 처절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이야기에
인도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