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줄 알았는데 양극성장애래

나의 정신질환 일기

by ouroboros

P. 양극성장애요?



우울증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질환이지만, 그에 비해 양극성장애는 우리 모두에게 생소한 질병이다. 흔히 ‘조울증’으로 잘 알려진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수시로 변화하며 양 극단을 오간다. 이렇게 말하면 ’에이, 감정기복 좀 심한 거 가지고 유난은‘(실제로 들은 말이다.)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낸다거나, 늘 의기소침하고 침울하던 사람이 갑자기 햇살처럼 밝아져서 기운이 넘치다 못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면? 주변은 물론 본인도 괴로울 것이다. 정신과 환자들는 대개 자신이 왜 그런지 몰라 두 배는 더 괴롭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나 거대한 종기 같은 거라면 수술이나 약이라도 바르겠지만, 정신질환은 그럴 수 없다. 질환의 상태에 따라 나의 상태도 변화한다. 그렇다고 질환을 인정하면 질환이 나고, 내가 질환이 되는 것 같은 묘하고 멜랑꼴리 한 느낌에 쉽사리 인정 할 수도 없다.


흔히들 인용하고는 하는 ‘우울은 마음의 감기’ 같은 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이라는 ‘상태’는 감기에 비유 할 수 있겠지만, 명백한 하나의 ’질환‘을 감기에 빗댈 수는 없다. 사람들는 종종 저 말을 오해해서 ’정신질환‘을 ’마음의 감기‘ 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리고 그런 오해가 '정신과 환자들이 제일 진저리 치는 말 1위'인 '네 의지가 약해서 그래'라는 말을 내뱉게 만든다.의지로 감기가 낫던가? 내 의지로 힘주어 참으면 열도 내리고, 기침도 안나고, 갑자기 온몸에 힘이 샘솟던가?

질환은 질환이다.


정신질환은 감기 처럼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며 고열을 동반한 정점을 찍었다가 하락세를 보이며 낫는 병이 아니다. 잔잔한 미열과 모든 걸 불태울 것 같은 고열이 365일 내내 번갈아가며 지속된다. 정신질환 환자들은 이 날뛰는 증상을 적어도 일정한 상태에 놓기 위해 약을 복용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평생 관리해야하는 만성질환이다.


나의 경우, 여러 상황과 나의 기질, 사건들이 맞물려 거대한 산불 같은 정신질환을 얻었다. (모든 질병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듯 정신질환도 그렇다. 내가 느끼기에 나의 질환은 산불같다.) 그리고 그 산불이 번지는 동안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은건 23년 6월 쯤이었다. 처음 정신과를 찾아 진단을 받았을땐 14살 때였고 그때는 ‘우울증’으로 진단 받았다. 처음엔 우울증이었는데, 갑자기 양극성 장애라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모든 질병이 그렇듯 만성화 되면 질병이 더해지거나, 합병증이 오거나, 양상이 변화하듯 정신질환도 같다는 걸 떠올리고는 약간 포기하듯 나의 양극성장애를 ‘이해’했다.(우울증으로 시작해 양극성장애가 되기 까지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사건이 있었는지는 천천히 얘기하겠다.)양극성 장애를 진단 받고 나오면서 발 밑이 푹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낯선 녀석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감이 안잡혔고, 그 이름에 따라오는 불쾌한, 어쩌면 외면 하고 싶은 인물이 아름아름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곧 그간 살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양극성장애라는 녀석과 어떻게 살고 어떻게 공존 할지 고민했다.


나는 내 질환과 공존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모든 정신질환 환자들을 ‘생존자’라고 생각 할 때가 있다. 유전이던 어떤 사건을 겪어 그 이후에 발현이 되었건, 정신질환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환 이전과 이후에 하나쯤 남들이 들었을때 놀랄만한 삶의 사건이 있다. 그러한 사건을 겪고, 병을 얻었어도 작별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 모든 사람들을 나는 ‘생존자’라고 부른다. 이 생존자들은 침울하기도 하지만 어떨땐, 보통의 사람같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생존자들을 참 좋아한다.




-사족.-

안녕하세요. 글쓴이 입니다. 예전에 같은 글을 비슷한 제목으로 연재를 했었죠.(우울증인줄 알았는데 조울증이래)


한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왜 갑자기 케케묵은 이야기를 다시 들고 나왔냐고 한다면,


또 제 인생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으로 제 인생이 두번쯤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제 상태나 생각도 처음 무작정 글을 쓸때와는 달라져서 아무렇게나 쓰고 방치하고 있는 제 부끄러운 글을 조금 고치고 싶었어요.그리고 제 인생을 정리해서 가록하고 저와 비슷한 분들과 나누며 '저는 이랬는데, 당신은 어땠나요?'하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눈에 띄어서 제 이야기를 읽게 될 모든 분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