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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Sep 21. 2024

내 인생의 몇 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될까?

나의 교육 경력은 총 몇 년일까?

내 휴대폰에는 김급식이라는 앱이 깔려있다. 김급식은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 급식 메뉴를 알려주는 앱이다. 그날의 급식 메뉴는 아이들에게도 소중하지만 교사인 나에게도 소중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 학생으로 16년간 학교를 다니고, 교사로서 학교는 몇 년이나 다니게 될까? 내 인생에서 몇 년을 학교 급식을 먹게 될까?


교무기획 업무를 하다 보면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 하는 선생님들이 받게 될 포상 추천 서류를 정리하거나 스승의 날 교육감 표창이나 장관 표창 지원 서류를 정리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총 교직 경력에 30~40년이라는 숫자를 보면 '나는 총 교육 경력이 몇 년으로 퇴직을 하게 될까?' 종종 생각하곤 했다. 유퀴즈에 나온 나영석 피디가 강호동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옛날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이제는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많은 부침과 힘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나도 참 저렇게 되고 싶다." - 이런 내용이었다. 졸업한 제자들과도 만나면 아이들이 이제 내가 올해로 몇 년째 교사를 하고 있는지 종종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내가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내 교육 경력을 알려주면 다들 놀라면서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직업을 가져보니까 다양한 이것저것을 하는 사람보다 하나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훨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말을 해주는 애들이 제법 있다.


나는 24세에 처음으로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해부터 올해까지 십몇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신규 시절 9호봉의 월급 명세서를 보면서 나도 20호봉이 넘어가면 월급도 많고, 베테랑이 되어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20호봉이 넘었지만 과연 이제는 전혀 좌충우돌하지 않는 베테랑 정생물이라고 어디 가서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다. 교직 경력 10년을 넘기면서 내가 신규 시절과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건 시험 문제 출제 시 이제 좀 문제가 깔끔해서 내 마음에 드는 것, 담임을 할 때나 어떤 업무를 맡아도 좀 두렵지 않다 정도의 느낌이다.


내년에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하고, 내년 신입생 수능시험 방향이 많이 바뀌고,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까 수능을 나흘이나 실시하겠다(기사 참고: [단독] "수능 나흘 실시" 개편안 초안 보니…사회적 합의 필수 (풀영상) (sbs.co.kr))는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고 한다ㅠ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선생님들은 "에휴 빨리 그만두는 게 답인가, 이렇게 자주 뭔가 바뀌고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제도들이 실시되고,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건 갈수록 늘어나고 참 힘들다."라고 이야기하신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학부모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님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거기에 더해서 빠르게 변하는 교육과정과 각 종 제도들과 시스템, 학교 현장에서 잘 적응하면서 아이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만 62세에 정년퇴직을 한다면 나는 만 23세에 시작했으니 휴직을 1년도 하지 않고 근무한다고 계산했을 때 총 교육 경력이 40년이 되는 건가? 그러면 한 학교에 기본 4년을 근무하니 총 10개 정도의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학교를 옮겨야 할 때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학교, 아이들이 착하다고 소문난 학교 이런 기준으로 1지망부터 작성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부산의 수많은 공립 고등학교 중에서 내가 오래 근무한다고 해도 최대 10개의 학교에서만 근무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나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르니 현재 있는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 이게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종종 2년 뒤에 다음 학교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승진은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내 마음을 정확하게 모르겠다. 어떤 날에는 교장 선생님까지 해봐야지 하다가도 어떤 날에는 교감, 교장을 하면서 스트레스받느니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최종 교육 경력이 몇 년이 될지는 알 수 없고, 그 숫자가 적거나 많은 게 무슨 큰 의미일까? 하루하루 아이들과 지내면서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행복을 느끼는 일, 그게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서 내가 가르치는 고등학생들의 부모님보다 내 나이가 더 많아지는 날이 오더라도 아이들과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는 교사가 되는 것, 그게 현재 나의 유일한 목표라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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