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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Oct 06. 2024

아무튼 뮤지컬

episode 9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뮤지컬에 빠져들게 되었다. 각종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나는 뮤지컬과 콘서트, 전시, 영화 관람 후에 그 티켓을 보관하는 티켓북을 여러 권 가지고 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뮤지컬 티켓을 넣어 둔 티켓북을 보게 되었는데 참 많이도 봤구나... 어떤 뮤지컬은 좋아서 여러 번 본 것도 많다. 그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몇 개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노트르담 드 파리

1482년, 파리를 뒤흔든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서곡으로 시작한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프롤로 주교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를 충직한 종으로 삼고 있다. 한편 성당 앞 광장에 모여 사는 집시들. 그곳에 클로팽과 아름다운 여인 에스메랄다가 산다. 에스메랄다의 춤추는 모습을 우연히 본 후 프롤로 주교는 그녀를 향한 욕망에 휩싸이고, 근위대장 페뷔스는 약혼녀인 플뢰르 드 리스를 두고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 후 에스메랄다를 향한 안타까운 세 남자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한 여인에 대한 이들의 엇갈린 감정은 숙명적인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프랑스 뮤지컬은 음악극적인 성격이 강하고, 노래를 부르는 배우와 전문 댄서를 따로 구분하여 춤과 노래의 전문성을 높이고, 무대나 조명도 시적인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서 프랑스 뮤지컬은 극 중 캐릭터들이 훨씬 인간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표면적으로는 삼각관계에 얽힌 치정극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의 내면에는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희생을 이야기하고 있고, "Le Temps des Cathedrales(대성당들의 시대)"와 "Belle(아름답다)"등의 넘버가 유명하다.


2. 지킬 앤 하이드

1888년 런던,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사랑하는 연인 엠마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단 하나의 걱정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지킬은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실험은 무산되고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은 낙담에 빠진 그를 위로하며 런던의 클럽 레드렛으로 이끈다. 술에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학대받는 클럽 레드렛의 무용수 루시를 발견한 지킬, 친구가 필요하면 찾아오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루시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 온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준 지킬에게 호감을 느낀다. 클럽에서 돌아온 지킬은 이 연구가 자기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임을 깨닫고 스스로가 실험 대상이 되기로 결정, 본인의 몸에 실험 중인 치료제를 주사한다. 그 결과 그의 바람대로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악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자아 에드워드 ‘하이드’가 탄생하게 되고, ‘하이드’는 ‘지킬’을 장악하며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하이드’와 공존하게 된 지킬은 실험이 진행될수록 엠마와 점점 더 멀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루시가 상처를 입은 채 그를 찾아온다.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 하이드란 것을 알게 된 지킬은 불안에 휩싸인다. 한편 하이드는 지킬의 실험을 반대했던 이사회 임원들을 한 명씩 살해하기 시작하고, 위험을 감지한 지킬은 다시금 치료제 주입을 통해 하이드를 잠재우는 데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다시금 하이드가 등장하게 되는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프랭프 와이드혼이 작곡한 뮤지컬로 한 인물 안에서 지킬과 하이드 두 인격이 대립하며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을 이야기하며 두렵고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신뢰와 순수한 사랑을 다룬다. 엠마가 부르는 “Once Upon A Dream(한 때는 꿈에)”, 루시가 부르는 “Someone Like You(당신이라면)”, “A New Life(시작해 새 인생)”, 지킬이 부르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과 한 곡 안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부르는 “Confrontation(대결)” 등이 유명한 넘버이다. 올해 12월 20주년 기념 공연이 개막된다고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3. 영웅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 갓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은 러시아 연주의 자작나무 숲에서 동지들과 단지동맹으로써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 어린 궁녀로서 그 참상을 목격해야 했던 설희는 김내관에게 독립운동에 투신할 뜻을 밝힌다. 황실의 비밀정보조직 제국익문사를 몰래 이끌고 있는 김내관은 안중근을 비롯한 제국익문사 요원들에게 설희를 소개한다. 이후 설희는 일본으로 안중근은 다시 러시아로 먼 길을 떠난다. 일본 도쿄, 초대 조선 통감직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온 이토 히로부미는 오랜 꿈인 대륙 진출을 이루기 위해 만주 하얼빈으로 가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기로 결정한다. 게이샤가 되어 일본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설희는 이 정보를 러시아에 있는 안중근에게 전달한다. 이토의 하얼빈행을 들은 안중근은 그를 암살하는 거산이 조선독립의 길임을 다짐하고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한다. 어렵게 구한 브라우닝 권총에 7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7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국내 창작 뮤지컬로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등이 참여했고, 2년 전에는 정성화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작품이다.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카리스마와 앙상블들의 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안무와 탄탄한 코러스, 거기에 애국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세련된 넘버들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을 압도한다. 유명한 넘버에는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가 함께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와 안중근의 “장부가”가 있다.


4. 빌리 엘리어트

파업에 돌입한 탄광 노동조합과 정부 사이의 대립이 팽팽한 영국 북부의 작은 마을. 빌리는 이 가난한 탄광촌에서 파업시위에 열성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아직은 어리고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빌리. 어느 날, 권투 연습을 하던 빌리는 체육관의 한 귀퉁이에서 실시되는 발레수업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고, 발레수업을 가르치는 윌킨슨 선생님의 권유로 간단한 레슨을 받게 된 빌리는 이내 발레의 매력에 빠져든다. 빌리의 천재성을 발견한 윌킨슨 선생님은 빌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게 되는데...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엘튼 존이 작곡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1대 빌리를 뽑은 오디션을 거쳐 2010년에 초연, 2017년에 재연, 2021년에 삼연이 이루어졌다. 꿈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우는 어린 소년과 가족의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음악, 환상적인 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 시대 최고의 영국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는 뮤지컬. 이 글의 커버 사진은 1대 빌리들의 사진인데 정진호 빌리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GMQvBqNzdo

내가 사랑하는 진호 빌리의 Electricity

"Electricity(전율)"이라는 넘버는 빌리가 영국 로얄 발레단 오디션을 마친 뒤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데 빌리,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들지?"라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춤에 대한 강한 열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전율이 흐르는 안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는 정말 사랑스러운 뮤지컬로 볼 때마다 감동한다. 초등학생들이 빌리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어린 남자아이가 거의 3시간 정도 하는 공연에서 노래와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을 오롯이 소화해 내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여러 공연 장르 중에서 뮤지컬을 가장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다. 열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마지막 커튼콜을 하면서 박수를 받는 기분을 어떨까? 수업 시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 잠을 깨우기 위해 썰을 풀었을 때 박수 치면서 웃어주는 아이들을 볼 때의 기분과 비슷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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