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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Oct 13. 2024

아무튼 베이커리

episode 10

아무튼 밀가루, 아무튼 빵, 아무튼 빵순이, 아무튼 베이커리ㅋㅋㅋ 밀가루 음식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빵을 좋아하는 나는 이번 글을 적으면서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고른 제목은 아무튼 베이커리. 내 마음에 쏙 드는 빵을 파는 베이커리를 찾았을 때의 기쁨이란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잘 이해하겠지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을 때의 기쁨이랑 비슷할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베리 쁘띠 치즈롤을 파는 베이커리가 얼마 전에 영업을 종료했다. 그 빵은 나의 반려빵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이제 또 다른 나의 반려빵을 파는 베이커리를 찾아야 한다.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게 성심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부산에도 나름 전국적으로 유명한 베이커리가 많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성대모사로 유명해진 대사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부산의 남천동은 맛있는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많이 있어 빵천동이라고도 불린다. 남천동을 검색하면 빵집, 빵지 순례라는 말이 따라 나온다. 빵천동에 있는 베이커리를 다 찾아가 보면 나의 반려빵을 찾을 수 있을까?


밸런스 게임이 유행할 때 "평생 고기 안 먹기" vs "평생 밀가루 안 먹기" 중에 고르는 게 있었는데 나는 고민 끝에 평생 고기 안 먹기를 골랐다. 고기도 포기하기 어려웠지만 내가 좋아하는 빵뿐만 아니라 면 요리, 각종 전 등등 밀가루는 포기할 수 없지. 그리고 또 부산은 밀면의 도시 아니겠는가?ㅋㅋㅋ 아무튼 빵 없이 살아가는 내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유명한 빵집에서 산 빵도 아니고, 명장이 만든 빵도 아니라 갓 구워져 나온 따뜻한 빵이다."라는 말도 있다. 우연히 들른 작은 빵집에서 갓 구워져 나온 식빵을 사서 집으로 데리고 온 다음 라테 한 잔과 함께 그 식빵을 쭉쭉 찢어 먹는 기분은 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프랑스 여행할 때 느낀 것인데 프랑스는 진짜 어딜 가서 빵을 사 먹어도 맛있었다. 조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호텔에서도 조식으로 제공된 빵은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물론 '프랑스는 빵이 맛없을 수 없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파리바게뜨가 프랑스점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파리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한국에서와 다른 빵을 파는 걸까?


내가 힘들 때, 피곤할 때, 열받았을 때 나는 힐링 푸드로 빵이나 라테를 찾는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또는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이 당 떨어진다면서 맛있는 빵 등을 먹는 것은 다 합리화라고 유퀴즈에 나온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상황에서 간식을 찾아 먹지 않아도 몸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고, 의외로 괜찮다고 하셨지. 그러면서 마지막에 다이어트를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거예요, 그 문제! 여러분은 온갖 합리화를 바탕으로 자기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어요. 자신의 은밀한 문제를 찾아내세요!" 하시면서 팩폭을 날리셨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왔던 대사였나?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올해 수술을 하게 되면서 누구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나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이번주부터 생애 첫 헬스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식단 조절은 안 해도 간식은 안 먹어야지.'하고 다짐했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빵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간식 말고 끼니로 먹는 밥 대신 빵은 괜찮은 거 아닌가 하면서 또 다른 합리화를 해본다. 오전에 PT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비건 베이커리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건강한 빵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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