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선우정아_도망가자

by 정생물 선생님

선우정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고, 도망가자라는 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다. "정생물의 키스 더 라디오"라는 브런치북에 글을 써보자는 마음을 먹고, 어떤 노래 이야기를 1화로 연재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김동률의 Replay를 할까, 페퍼톤스의 행운을 빌어요를 할까,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할까... 이런 가수와 노래들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선우정아의 도망가자가 떠올랐다. 뭐 수술도 잘 끝났고, 암이 아니라는 판정도 받았지만 샤워를 할 때마다 보게 되는 개복 수술한 흔적... 볼 때마다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든다. 사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는 가수 정승환이 커버한 아래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된 노래다. 너무 힘들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럴 때가 종종 있지만 시간표대로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관계로 학기 중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연가를 쓰고 어디로 훌쩍 떠날 수가 없다.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이 노래 가사처럼 나 혼자 스스로 어디로 떠나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내가 힘든 걸 알아채고 내 손을 잡고 어디로 데리고 가줬으면 한다는...


https://youtu.be/DMDi2S-PEP0?si=KpQ7YNYPxktW_gpy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 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나는 힘들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즐거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 왜냐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혼자서 너무 우울해서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내면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방치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힘들 때 내 내면을 들여다 보고 직면을 해야 하는데 직면을 하는 게 두려우니까 회피하게 되는... 암튼 이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 힘들 때 그걸 알아채고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