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_그럴 때마다
한 7-8년 전이었나, 해운대구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 수능 전에 심한 감기에 걸려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수능 감독할 때 기침을 계속해서 민원에 시달리겠다는 생각에 학교 근처 내과에 방문했다. 나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자 의사가 있는 병원이었는데 진료를 받고, 2일 동안 약을 먹고 다시 오라고 했다. 2일 후 다시 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보고 나서 의사가 나에게 "저번에 너무 안 좋아서 진짜 걱정했는데 그래도 좀 좋아져서 다행이에요."라고 하는데 나보다 의사가 나의 건강을 다 걱정하네 이런 생각에 울컥...
원래 따뜻한 말씀을 하는 의사인지, 그 동네가 워낙 민원으로 유명한 동네라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말을 듣는데 내가 좋아하는 토이의 그럴 때마다 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대 곁에 세상 누구보다 그댈 이해하는 내 자신보다 그댈 먼저 생각하는 남자가 있죠.'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 학교에서 근무할 때 업무도 수업도 담임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지켜보던 후배 교사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해에 그 학교에 전입해서 그 선생님은 3학년 담임, 나는 2학년 담임을 했다. 부서도 다른 부서라서 나는 그 후배 선생님이 근무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 거의 대화도 하지 않았었는데 그 후에 동학년을 하게 되었고, 나는 그 후배 선생님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 선생님, 우리 첫 해에 선생님은 진짜 열심히 근무하시는 것 같은데 이상한 교감하고, 몇몇 선생님들이 선생님에 대해 안 좋게 평가하는 것 같아서 제가 다 속상했어요. 저는 사실 그 해에 연구기획도 뭐 열심히 안 했던 것 같고, 슬럼프 와서 엉망이었던 것 같아서 제 평가가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ㅎㅎㅎ
후배 : 와~ 선생님, 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선생님이 저보다 저를 더 생각하고 걱정해 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나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니... 살아가다 보면 시험 성적이 안 나오고, 취업에 실패하고, 아프고 등등 여러 가지로 서글퍼지는 날들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초록초록한 곳에 가서 걷고 싶은 그런 날들. 그럴 때마다 '그대 곁에 세상 누구보다 그댈 이해하는 내 자신보다 그댈 먼저 생각하는 남자가 있죠. 오랫동안 항상 지켜왔죠 그대 빈자리 이젠 들어와 편히 쉬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누구나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꼭 연인이 아니라도 주변에 나를 지켜보고,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힘들게 살아가는 동안에 순간순간 나를 미소 짓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쑥스러워 나는 오늘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줄 선물을 어제 샀다. 쿠키계의 에르메스라는 프레스 버터 샌드. 나도 안 먹어봤지만 쿠키계의 명품이라니 맛있겠지? ㅋㅋㅋ
수술 한 달 후에 점검하러 가는 병원 옆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있다. 병가 기간이니까 교장 선생님께 걸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분들에게 간식을 드리고 오는 게 병원 진료 말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미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keBrLminr4
반복된 하루 사는 일에 지칠 때면 내게 말해요
항상 그대의 지쳐있는 마음에 조그만 위로 돼 줄게요
요즘 유행하는 영화 보고플 땐 내게 말해요
내겐 그대의 작은 부탁조차도 조그만 행복이죠
아무런 약속도 없는 일요일 오후 늦게 잠에서 깨 이유 없이
괜히 서글퍼질 땐 그대 곁엔 세상 누구보다 그댈 이해하는
내 자신보다 그댈 먼저 생각하는 남자가 있죠
오랫동안 항상 지켜왔죠 그대 빈자리
이젠 들어와 편히 쉬어요
혼자서 밥 먹기 싫을 땐 다른 사람 찾지 말아요
내겐 그대의 짜증 섞인 투정도 조그만 기쁨이죠
아무런 약속도 없는 일요일 오후 누군가 만나서 하루종일
거릴 걷고 싶을 땐 그대 곁에 세상 누구보다 그댈 이해하는
내 자신보다 그댈 먼저 생각하는 남자가 있죠
오랫동안 항상 지켜왔죠 그대 빈자리
이젠 들어와 편히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