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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샤인진

매일줄넘기152일째

by 샤인진

아침이 도착했다.

아침의 신선하고 찬란함을 맛보며 줄을 돌린다.

고요하다. 핸드폰도 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와 있다.


아침 줄넘기 시작. 총총총


단, 너... 무... 춥다.

아침 찬 공기는 얇은 얼음깃털 같다.

얼음깃털이 눈 속 콧속을 슥슥 매정하게 건드린다. 얼굴이불을 귀에 건다. 즉시 보호막이 쳐지고 그 얇은 것들은 마스크 주위를 맴돈다.


영하 7도. 오늘의 아침 계획은 줄을 돌리고 바로 걸어서 카페로 간다.

숨이 점점 위로 올라오며 마스크의 비좁은 공간을 못 버티고 넘치어 눈 위로 뜨뜻한 게 솟아 나온다. 머릿속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기대감도 같이 솟아난다. 이렇게 열심히 스물스물 솟아나 온 것들은 얼음깃털을 부드럽게 녹이고 나의 앞머리도 촉촉이 적셨다.

카페에 도착해 거울을 보고 놀랐다.

앞머리가 방금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처럼 생각보다 많이 젖어 이마를 벽삼아 네 개의 고드름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매일줄넘기 152일째이다. 걱정 없다. 나에게는 좋은 물건이 있다.

앞머리를 바로 보송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가루.

앞머리에 톡톡톡 두드리고 빗질하면 신기하게 무슨 일이 있었나? 가루요정이 마법을 부려 없던 일처럼 뽀송하게 전과 같은 앞머리로 돌려놔준다.

마음껏, 이리저리 신나게 줄을 돌리고 땀이나도 이 아이템만 있으면 나의 앞머리는 언제나 한결같을 수 있다. 부담 없이 줄넘기를 돌려도 된다.


뽀송한 앞머리와 커피의 행복감, 개운하게 줄넘기와 인사한 몸으로 카페 창가에 앉아 아침의 태양과도 방긋 인사하며 머그잔을 손으로 들어 올린다. 마치 블랙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듯 태양에 비친 커피는 아름답게 빛난다. 그 진하고 멋진 커피가 내 몸속으로 들어와 반딧불 같은 불을 킨다. 그 불빛아래 나는 책을 읽는다.

천상의 행복감이 나를 감싸는 순간이다.


어디서든 즉시 앞머리 보송



이렇게 줄넘기 아침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사소하게 오는 행복을 느끼게 되었고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현재를 행복.

이것을 가지면 행복할 거야. 저 아파트를 가지면 행복할 거야.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행복할 거야. 가 아니라 지금의 차가움에서 적정한 온기로 바뀌는 내 몸에 들어오는 산소를 즐기고 줄을 넘으며 우아하고 멋진 구름조작을 보며 행복을 느끼고 추운 겨울나무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생명력을 가진 알갱이 이끼를 보고 감탄하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낙엽을 보며 귀여움을 느끼고 이것부터가 행복이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사소함의 행복을 느껴보고 기쁨을 느끼자.

무엇을 가지지 않아도 그렇지 못해도 줄넘기 하나 하는 행동에 감사를 느낀다. 두 다리로 점프를 뛰어 줄을 넘고, 가뿐 숨을 쉬며 에너지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즐기는 건강한 신체,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정신의 힘, 어디서든 줄을 넘으면서 볼 수 있는 풍경들,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눈. 쓰다 보니 끝이 없다.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하다.

지금 감사한 것 10초 안에 한 가지 말해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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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데 옆에 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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