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줄넘기155일째
매일줄넘기 세상을 여행 중이다.
어느덧 155일이 흘렀다.
그 여행에 익숙해져 어디가 불편하던, 피곤하던, 무슨 일이 있건, 그냥 매일 여행을 떠난다.
며칠 전. 목이 간질간질 머리가 지끈지끈 관자놀이가 쑥쑥 쑤셨다.
감기 사냥꾼이 낮은 포복자세로 스멀스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예전처럼 여행 습관이 잡히지 않은 나였더라면 '오늘은 몸이 안 좋군...' 하며 쉬었을 것이다.
나는 무기력하게 사냥꾼에게 잡히고 두 다리와 팔이 꽁꽁 이불속에 묶여 전기장판에 구워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집어던지고 줄을 돌리는 나와 마주했다. 감기 사냥꾼이 나의 몸을 사냥하기 전에 준비태세의 갖추고 줄넘기 멈추지 않고 계속 돌려 도망갔다.
나는 삼일 만에 약 한 알 먹지 않고 감기 사냥꾼을 쫓아냈다.
지금 내 몸에 감기 사냥꾼을 상대해 줄 자리도, 같이 놀아줄 시간도 없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고 기대감으로 하루를 살기에 아플 틈이 없다.
그런 여유는 나에게 사치이자 무존재이다.
이런 생각과 의지가 샘솟는 이유는 꾸준한 줄넘기 여행으로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쉴 때 더 몸이 가라앉고 아플 때가 있다.
연휴가 길 때, 할 일이 마땅히 없을 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이상하게 그럴 때 더 아플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여유의 생각이 몸에 아픈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바쁘거나 할 일이 첩첩산중 일 때 에너지가 넘치고 쌩쌩하다.
몸이 아는 것 같다. 지금 아플 새가 없다는 것을.
감기 사냥꾼이 말한다.
"지금 바쁘네! 봐준다. 나중에 꼭 너를 지배할 거야! 그러니 약한 마음과 여유 있는 시간을 꼭 마련해 줘."
사냥꾼의 의도에 현혹되지 않고 그 틀에 갇히지 않는다면 평생 감기로는 안 아플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해본다.
계속 나아가고 건너가고 정진한다.
사냥꾼에게 지배당한 시간 즉 아플 시간.
그 시간에 창조하고 몸과 마음을 가꾸자.
사냥꾼이 손을 눈썹에 얹고 나를 멀리서 바라본다. 저만치 도망가버리는 나를 보며 포기하게 만들자.
몸에 아플 시간을 주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 부지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좋은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 내가 만약 자주 몸이 아프다면 여유 없이 삶을 계획해 보자. 꽉 찬 스케줄을 한 번 짜보자.
꼭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서 선물할 수도 있다.
핸드폰의 사진이나 어플 그리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보기 좋게 편한 방법으로 손질해 놓을 수 또 있다.
손톱과 발톱을 정성스레 손질할 수도 있다.
꼭!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이나 카페에 잠시라도 가볼 수도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알차게 계획을 짤 수 있다.
꽉꽉 눌러 알차게 계획을 만든다.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막상 해내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감기 사냥꾼에게 시간과 나의 몸을 주지말자!
